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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철강, 글로벌 무역장벽 속 살아남기

by 하이파이브 2026. 2. 24.

요즘 뉴스를 보면 관세니 보호무역이니 하는 말이 참 많습니다. 저는 철강업계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인데요, 솔직히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뉴스보다 더 무겁습니다. 2025년에만 우리나라로 들어온 열연강판이 372만 톤이 넘었고, 이 수치는 계속 무섭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도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포스코를 비롯한 우리 철강업계가 어떻게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철강산업이 마주한 삼중고, 현실은 더 냉혹합니다

철강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요즘 "산업의 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미국은 철강 제품에 관세를 올리겠다고 하고, 유럽은 역내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철강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최근 몇 년간 수출 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특히 중국 쪽 수출은 3년 전부터 계속 감소 추세고, 수익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26년에는 수출 물량이 2.1% 정도 더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제 생각에도 그게 현실적인 수치입니다. 관세를 부여할 때 철강 같은 기초 소재가 1순위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우리는 이걸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탄소 중립이라는 과제까지 더해졌습니다. 유럽의 CBAM 같은 제도는 CO2 1톤당 70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NDC도 53%에서 61% 사이로 상향 조정됐고요. 철강 산업은 태생적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구조라 이런 규제는 업계 전체에 엄청난 부담입니다. 현장에서는 "이제 단순히 철을 많이 만드는 게 답이 아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기술로 승부하는 시대, 기가스틸 개발 현장의 진실

저는 제철소에서 기가스틸 제조 공정에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한 엔지니어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기가스틸은 1 제곱밀리미터당 1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강판인데, 강도가 높아질수록 가공성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거든요. 그런데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강하면서도 유연한 강철을 개발해 냈고, 저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함께 겪었습니다. 기가스틸은 이제 단순한 '철'이 아닙니다. 초고강도 이면서 성형성과 충돌 안전성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어렵고 까다로운 강재입니다. 그러므로 개발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고객사의 요구조건은 매우 까다로워졌고, 우리는 반복적인 시험생산과 양산 안정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기가스틸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 같은 경쟁 소재들이 철강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철강 산업 자체가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철강 생산량 약 17억 톤 중 7억 3천만 톤이 과잉 공급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양으로 승부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건, 기가스틸 같은 특수 제품이야말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겁니다. 일반 철강은 중국이 저가로 쏟아내지만, 초고강도 강판은 기술 장벽이 높아서 아무나 만들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인장강도가 1기가 파스칼 이상인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손에 꼽습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하 165도의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이 강판은 LNG 운반선이나 저장 터미널에 필수적인데, 이 분야에선 포스코가 사실상 세계 표준을 세웠습니다.

저희가 기가스틸 강재를 여러 고객사에 공급했을 때 느꼈던 보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기술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열연강판 수입량
열연강판 국내 수입량 년도별 추이

수소환원제철과 현지화 전략, 우리가 준비하는 미래

탄소 중립 시대에 철강 산업이 살아남으려면 제철 공정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포스코가 추진하는 HyREX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기존 용광로 공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방식입니다. 기존 방식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때 석탄을 쓰면서 CO2가 발생하는데, 수소를 쓰면 물만 나옵니다. 1톤 이상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들은 바로는, 포스코가 이미 10년 이상 전부터 HyREX 관련 기초 기술을 개발해왔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의 유동환원로 기술을 확장해서 수소를 100%까지 사용하는 공정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포항제철소에 실증 설비를 짓고 있는데, 정부도 K-스틸법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현지화 전략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주요 시장에서 관세 장벽이 높아지니, 현지에 제철소를 짓는 게 답입니다. 포스코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고, 그전까지는 미국 1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클립스와 협력해 즉시 공급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인도에도 제철소를 짓는 등 완결형 현지화 전략을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흐름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동시에 친환경 기술까지 선점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선이나 방산 같은 다른 제조업도 결국 철강 없이는 안 되니까, 우리가 움직이면 다른 산업도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철강업계에서 일하면서 요즘처럼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진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만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변화를 시도하는 시기도 없었습니다. 철강은 더 이상 배부른 사업이 아닙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보호무역 장벽은 분명 큰 압박이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포스코가 HyREX 같은 친환경 기술과 기가스틸 같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한 명의 엔지니어로서 저도 우리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해 봅니다. 기술로 차별화하고, 빠르게 현지화하고, 탄소 중립까지 준비하는 이 전략이 결국 K철강의 미래를 지켜낼 거라 믿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GTit2NzF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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