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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철강산업의 구조적 위기 : 조강생산 최저, 수입산 증가, 변동성

by 하이파이브 2026. 4. 10.

요즘 회사에서 회의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전쟁이야기입니다. 이번 중동전쟁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나라의 산업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유럽에서는 철강에 대한 위기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 중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도 철강업에 몸담고 있다 보니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조강 생산이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수입 점유율은 사상 최고를 찍었다는 소식은 우리 국내 철강업계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EU 철강산업의 위기
EU철강산업위기 표현

EU 조강생산, 왜 역사적 최저인가

유럽철강협회(EUROFER)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가 우리 회사 게시판에 공지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보고서를 자주 보고 있는데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는 필수적입니다. EU의 조강 생산량은 2024년 약 1억 3,000만 톤에서 2025년 약 1억 2,580만 톤으로 줄었다 소 합니다. 여기서 조강(粗鋼, crude steel)이란 최종 제품으로 가공되기 전 단계의 철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철강 산업의 '총생산 기준값'이라고 보면 되는 값입니다. 수치만 보면 420만 톤 감소인데, 이게 절대 무시할 만한 양이 아닙니다.유럽이 수년에 걸쳐 수요 부진을 버티면서 조금씩 설비를 줄여온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저희 회사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어서 잘 압니다. 수요가 안 받쳐주면 설비를 돌리는 게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EU의 겉보기 철강 소비, 즉 철강 수요(apparent steel consumption)를 보면 2025년 +2.4%, 2026년 +1.3% 증가 예상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기저효과(base effect) 때문인데, 기저효과란 비교 시점의 수치가 워낙 낮아서 이후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2026년 철강 소비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약 1,100만 톤 부족하고, 2027년에도 900만 톤 모자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출처: 유럽철강협회 EUROFER). 저 개인적으로도 이 수치를 보고 과연 철강업계에 회복이라는 것이 앞으로 있을까? 라는 우려가 몰려왔습니다. 수요가 없는 장사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지요.

유럽 내 철강 수입 점유율 29%

우리나라도 저가 중국산 등의 철강제품이 몰려오면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유럽이라고 다르지 않겠지요. 하지만 저한테는 가장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2025년 3분기 기준, EU 철강 소비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9%를 기록한 부분은 역사적이기 때문입니다. 반제품을 포함한 전체 철강 수입은 +14%, 완제품만 따져도 +9% 증가한 결과이니, 유럽철강협회가 걱정할 만하지요.

여기서 반제품(semi-finished products)이란 슬래브(slab), 빌릿(billet) 같이 압연이나 단조 등 추가 가공 공정을 거쳐야 최종 제품이 되는 중간 소재를 말합니다. 이 반제품까지 포함해서 수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사실은 유럽 철강업이 완제품 단계뿐 아니라 소재 단계부터도 외국산에 밀리고 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EU의 철강 무역수지가 월 약 200만 톤 적자로 벌어졌고, 이 중 완제품만 약 120만 톤이라고 하니 무역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니 심각합니다. 때문에 유럽철강협회 사무총장 Axel Eggert도 "EU 정책 입안자들이 새로운 철강 무역 조치를 신속히 합의하지 않으면 더 많은 생산 능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수입 물량을 막는 조치 없이는 유럽 철강 생산자들이 설비를 유지할 유인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한 구조적 문제로 골치를 겪고 있고, 여러 가지 관세이슈로 K스틸법 등을 만들고 투자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유럽에서 수입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간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저가 물량이 EU 시장으로 대거 유입
  • 유럽 내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현지 생산 원가 경쟁력 약화
  • 글로벌 과잉 설비 문제로 역외 공급 물량이 지속 증가
  • 미국의 무역 장벽 강화로 타 지역으로 향하던 물량이 EU로 우회

에너지 가격 변동성, 유럽이 더 취약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TTF 가스 가격은 50유로/MWh를 넘었습니다. TTF(Title Transfer Facility)란 네덜란드에 위치한 유럽 최대 천연가스 거래 허브로, 유럽 가스 시장의 기준 가격 지표 역할을 하지요. 이 가격이 오르면 유럽 제조업 전체의 원가 부담이 곧바로 커지는 겁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수급 상황과 공급망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예의주시합니다. 최근 2개월은 솔직히 최저 수준의 영업이익이 나왔고, 경영진도 경각심을 강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유럽보다는 우리가 에너지 구조상 조금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다 보니 완전히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처럼 EAF(Electric Arc Furnace), 즉 전기로 방식 생산 비중이 80% 이상인 국가는 전력 가격이 오를 때마다 직격탄을 맞습니다. 앞서 글에서 제가 그래도 국내는 고로위주의 철강업이라 EAF보다는 원가적 타격이 적을 거라고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전기로는 고철을 전기로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방식인데, 고로(高爐) 방식보다 탄소 배출은 적지만 전력 소비가 많아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럽의 탈탄소 정책으로 EAF 전환이 가속화되어 있는데,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바로 이 구조의 아킬레스건이 된 셈이지요.

SWIP(Steel-Weighted Industrial Production), 철강 가중 산업 생산지수를 보면 6분기 연속 감소하였고, 2025년 3분기에 +1.8% 살짝 반등했습니다. SWIP란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들의 생산 활동을 철강 소비 비중으로 가중 평균한 지표로, 철강 수요의 선행 신호로 활용되는데 수치는 반등했지만 자동차, 기계 등 주요 수요 산업은 여전히 약한 상태이고, 건설 부문도 이제 막 회복 초입이라는 평가입니다(출처: 유럽철강협회 EUROFER). 전쟁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직접적인 교전 지역이 아니더라도,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을 통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리 회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0년이 넘게 철강업에 종사하면서 요즘처럼 힘든 시기는 없었습니다.

유럽 철강산업이 이 위기를 이겨내려면 결국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실효성 있는 무역 방어 정책과, 제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 가격. 어느 하나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유럽의 대응 방향을 잘 지켜보면서,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수입산 물량 흐름 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변화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는 것이 지금 시기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eurofer.eu/press-releases/new-report-european-steel-production-hits-historic-low-as-impor ts-gain-record-share-of-eu-market?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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