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실적 상승기에 진입했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급등했던 선가로 계약된 고선가 물량이 올해부터 매출로 전환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가 수주로 힘들었던 지난 몇 년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본 장본인입니다. 여러 뉴스를 통해서 한국 조선의 호황을 접하게 되었고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구나 싶습니다. 특히 LNG 운반선 분야에서 한국이 270척이 넘는 물량을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소식은, 철강업계에 몸담은 제게도 반가운 신호였습니다.

고선가 물량 본격 전환, 3년 이상 수익성 개선 확실
2022년 하반기 이후 신조선가가 급등하면서 체결된 계약들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했습니다. LNG 운반선 한 척당 가격이 2억 6천만 달러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과거 저가 수주 당시의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서 조선소들의 공정이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2028년 납기분까지 꽉 찬 상태라고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철강업체에서도 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이 불황일 때는 후판 수요가 급감하면서 우리 공장도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조선업이 활황일 때는 후판 주문이 밀려들고, 특히 LNG 운반선용 극저온강 같은 고부가 제품 요청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단순히 물량만 많아진 게 아니라, 수익성 높은 고급 강재 주문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질적 개선이 확실하다고 느낍니다. 작년 11월에 한화오션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홍보관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안내 차량을 타고 야드를 투어 했습니다. 이미 독에는 많은 배들이 제작 중이었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독이 다 차 있었습니다. 조선업에서 독은 돈입니다. 배가 건조되는 과정이 다 돈이며, 독이 남아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적다는 겁니다. 하지만, 꽉 찬 독을 보면서 조선업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직접 느꼈던 경험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이클이 단순 수주 증가가 아니라 질적으로 완전히 개선된 수익성 중심 구조로 봅니다. 저가 물량에 시달리던 시기와 달리, 이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값을 받는 구조로 전환된 것입니다. 향후 최소 3년 이상 이런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국가별 신조선 수주 점유비 (출처 : Clarksons database)
| 국가 | 2018 | 2021 | 2024 | 2025(추정) |
| 중국 | ~35% | ~49% | ~70% | ~56–60% |
| 한국 | ~31% | ~38% | ~20–28% | ~25–27% |
| 일본/기타 | ~20% | ~13% | ~5–8% | ~15–17% |
미국 마스카 프로젝트, K조선의 새로운 기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공약인 마스카 프로젝트가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해군력 증강과 낡은 조선 인프라 재건을 위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지목했습니다. HD현대는 미국 투자사 서버런스 캐피털과 손잡고 약 50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하나오션은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해 하나필리조선소를 출범시켰습니다.
여기에 78조원 규모의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도 주목할 만합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하나오션이 미 해군 함정 정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쌓은 신뢰가, 향후 신조 군함 수주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LNG 수출 확대 정책도 기회 요인입니다. 미국은 2029년까지 대규모 LNG 액화 터미널을 완공할 계획인데, 이 경우 수출량이 현재보다 117% 증가하게 됩니다. 미국산 가스를 유럽과 아시아로 나르려면 고성능 LNG 운반선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고, LNG선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한국 조선사들이 이 물량을 독식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미국 현지 진출에는 숙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해양 엔지니어나 용접공 임금은 한국보다 1.7배에서 2배 높고, 노동 문화 차이로 인해 한국식 업무형태는 잘 맞지 않습니다. 현지 조선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대미 진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철강과 조선, 상생 협력이 경쟁력의 핵심
배는 철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제품입니다. 조선업의 기술은 결국 철강의 기술과 맞닿아 있습니다. 2025년 3월 한국철강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도 양 업계의 상생 협력 필요성이 거듭 강조되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변동, 보호무역주의 강화 같은 악재 속에서도, 철강과 조선이 함께 손잡고 대응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후판 공정에서는 고객사인 조선소들이 요구하는 물성을 목적에 맞게 만족시키는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선체 외판에는 파도의 충격과 수압을 견디는 일반 구조용 고장력강이 필요하고, LNG 화물창에는 영하 163도 극저온에서도 깨지지 않는 9% 니켈강이나 이바강 같은 특수 소재가 들어갑니다. 대형 컨테이너선 상부에는 두께 80~100mm에 달하는 극후판이 쓰이는데, 이런 강재는 두꺼우면서도 용접이 잘 되고 균열이 번지지 않는 특성을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이런 물성을 각각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강종의 성분이 다양화되어야 하고 압연 조건 또한 기술력이 차별화되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원자재의 기술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조선소가 아무리 뛰어난 설계와 건조 능력을 갖춰도, 기본이 되는 강판의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반대로 철강사도 조선업의 수요와 기술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적기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의 고망간강재는 이런 조선업의 고부가가치 선종을 집중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망간강재는 Mn성분이 20~30%로 높은데 오스테나이트 조직은 안정화하여 상온에서도 이 조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고망간강재를 제조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망간이 높음으로 인해 주조성이 떨어지고, 생산 중의 트러블이 많아 고생한 경험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스테나이트 단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극저온(-165도)에서도 가스를 운반할 수 있는 원자재를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조선의 경쟁력은 철강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격차 유지가 글로벌 경쟁력의 열쇠
2025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조선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51.3%, 한국이 24.8%를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중국이 물량 면에서는 압도적이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보면 한국의 위치는 확고합니다. 특히 LNG 운반선 분야에서 한국은 270척이 넘는 물량을 수주하며 글로벌 시장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저가 공세로 물량을 늘려왔지만, 최근 중국산 선박의 기술적 결함과 인도 지연 문제로 글로벌 선주들의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의 핵심 경쟁력은 독보적인 친환경 LNG 기술입니다. 탄소 중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한국은 영하 163도의 극저온을 견디는 화물창 제작 기술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기술 개발 시기를 놓쳤고, 중국은 모방에 그쳤습니다. 이런 기술 격차가 바로 한국 조선업의 초격차 경쟁력입니다.
제 생각에는 고부가가치 선종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갖춘 K조선 업계의 수주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다만 중국의 유례없는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응하려면, 기술 개발과 선제적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자율항해선박, 수소선박 같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2026년은 K조선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루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선가 물량의 본격 전환, 미국 시장 진출, 그리고 철강과의 긴밀한 협력이 맞물리면서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호황이 예상됩니다. 조선업이 살아나면 철강업도 함께 성장합니다. 경기 침체와 자국주의, 환율 변동 같은 악재 속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 협력이야말로 K조선과 K철강이 함께 나아갈 길이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