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이 업계에 뛰어든 게 20년 전입니다. 그런데 2025년을 보내며 저는 제품 생산 전에 한계이익부터 계산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예전엔 수익률을 따졌는데, 이제는 어쨌든 공장을 돌리는 게 목표가 됐습니다. 2025년 철강산업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단어가 현실이 된 한 해였습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상시화 되고, 글로벌 수요는 둔화되고, 탄소규제는 비용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급과잉과 국내 철강수요 절벽
2025년 국내 철강 명목소비는 4,359만톤을 기록했습니다. 명목소비란 생산량에서 수출을 빼고 수입을 더한 값으로,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에서 철강수요를 정의하는 기준입니다(출처: 세계철강협회). 이 수치는 2002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한국의 철강 수요는 2006년 5천만 톤을 돌파한 이후 2009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줄곧 5천만 톤 이상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2024년 처음으로 5천만 톤을 하회했고, 2025년에는 전년 대비 8.9% 감소하며 2년 연속 수요 절벽을 맞았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 숫자를 체감합니다. 판재류는 6.3% 감소했고, 건설에 사용되는 봉형강류는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1,530만 톤으로 2000년대 이후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조강 감산을 선언했지만 반제품과 가공재 중심의 수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시장은 이제 중국발 공급과잉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전반에서 철강 가격의 반등 동력은 사라졌고, 국내에서는 유통과 중소업체까지 가격 압박이 확산되며 체감 경기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솔직히 저는 20년 전 입사할 때만 해도 철강이 지구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회사가 망할 일은 절대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매일 실감합니다. 중국의 저가 시장 진입이 우리 경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장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탄소규제와 관세장벽의 이중 압박
2025년 철강산업을 압박한 또 다른 변수는 탄소규제와 관세 정책입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서 탄소 배출량이 직접적인 비용으로 전환됐습니다. CBAM이란 수입 제품에 탄소 배출량만큼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철강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환경 규제입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특히 중소·중견 가공업체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CBAM은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철강산업의 원가 구조와 거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저는 제품을 생산할 때마다 탄소 배출량을 따져야 하는 현실이 낯설면서도 불가피하다고 느낍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시작되며 각국은 반덤핑(Anti-Dumping), 세이프가드(Safeguard), 쿼터제 등 수입 규제를 잇달아 강화했습니다. 반덤핑이란 특정 국가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덤핑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뜻합니다. 2025년 철강 교역 환경은 자유로운 물량 이동보다 정책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국의 철강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0.4% 감소에 그친 2,825만 톤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50% 고관세 부과와 유럽의 새로운 수입규제에도 불구하고 ASEAN(동남아국가연합) 시장이 반사이익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ASEAN 국가들이 중국산 저가 철강재 급증으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자,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ASEAN향 수출은 9.7% 증가했지만, 일본은 7.9% 감소, 인도는 7.7% 감소, 미국은 8.2% 감소, 중국은 12.4% 감소했습니다. 철강 수출액 기준으로는 7.4% 줄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톤당 단가도 935달러로 하락했습니다.
수요산업별 현황과 철강업계 구조조정
2025년 철강 수요산업을 살펴보면 명암이 뚜렷합니다. 자동차 산업은 미국 고관세 부과와 신공장 가동에 따른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 증가로 410만 대를 생산했습니다. 개별 소비세 인하와 노후차 교체 지원 등 정부의 내수 진작책,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 덕분에 내수 판매는 0.9% 증가했습니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집행과 제조사 판촉으로 전년 대비 19.3% 증가한 54.7만 대를 기록하며 내수 판매의 39.4%를 차지했습니다.
조선산업도 신조선 수주가 친환경 선종 중심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수주 확대에 힘입어 2025년에도 6,270만 GT(총톤수)의 고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현재 한국 조선사들의 슬롯은 포화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자동차와 조선 분야는 그나마 철강 수요를 지탱해 준 산업입니다. 그래도 우리 제철소가 후판과 자동차강판을 주력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이 산업의 활성화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건설산업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대출 심사 강화, 안전 규제 강화, 자재 비용 인상으로 5년째 감소세를 보이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가전산업 역시 소비 둔화에 따른 프리미엄 가전 수요 약화로 2025년 8.2% 감소했고, 수출은 17.8% 급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철강업계는 전기로 확대와 사업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기로란 고로(용광로) 대신 전기를 이용해 철스크랩을 녹여 철강을 생산하는 설비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고로 효율화, 저탄소 설비 투자, 비핵심 사업 조정이 동시에 추진되며 수익성 중심 전략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광양 제철소는 이미 6월에 전기로 가동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기로 확산과 함께 철스크랩 확보 경쟁도 격화되고 있습니다. AI 기반 검수·선별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며, 원료 확보 능력과 품질 관리 역량이 철강사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런 변화를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게 만들면서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핵심입니다.
2025년 철강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성장이 아닌 생존이었습니다. 공급과잉, 수요 둔화, 탄소규제, 무역장벽이 중첩되며 철강은 범용 소재산업을 넘어 전략·환경·정책 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이제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생산 규모가 아니라 탄소 대응력, 원가 구조, 사업 포트폴리오의 유연성에 의해 좌우될 전망입니다. 2025년은 철강산업이 과거의 성장 논리와 결별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철강산업은 "덜 만들고, 더 효율적으로, 더 친환경적으로"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http://www.sn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2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