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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돌파, 철강 원가 상승과 산업 불안감

by 하이파이브 2026. 3. 27.

몇개월 전 1,400원 환율 때 간이 철렁했는데 어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보고, 더 놀랐습니다. 사실 숫자 자체는 이미 예상했던 흐름이었지만, 막상 그 선을 넘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압박감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철강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시기까지 여러 번의 위기를 겪어봤습니다. 그때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언젠가 지나가겠지'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언제 끝이 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불확실성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가장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1. 환율 1,500원, 더 이상 ‘호재’가 아닌 이유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고, 철강업계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환율 올라가면 그래도 수익이 좋아지겠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공식이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일본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본 철강사들도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기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환율 효과가 상당히 상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마케팅과 영업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주문이 확 늘어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이제 환율 상승은 기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제철업에는 부담에 더 가깝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의 철강업은 상당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달러로 받으면 오히려 좋다고 얘기했던 옛날 시절과는 작별해야합니다. 일본, 동남아 등 여러 나라의 수출영향도 같이 봐야하는데 종합적으로 철강업계의 수익성에는 좋은 영향이 아닙니다.

2. 원가를 직접 때리는 환율 상승의 구조

이번 환율 상승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원가 구조 때문입니다. 철강 산업은 기본적으로 원재료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합니다. 철광석, 점결탄, 스크랩까지 거의 모든 핵심 원료가 환율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여기에 최근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유가와 LNG 가격이 오르면 전력비와 가스비가 함께 올라가고, 이는 제조원가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최근 원가 관련 데이터를 보면, 한두 항목이 아니라 거의 모든 항목이 동시에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특정 원료 가격만 오르면 다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흡수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수요입니다. 원가는 계속 오르는데 시장은 따라주지 않습니다. 제품 가격에 반영하려고 하면 바로 저항이 생기고, 결국 내부에서 흡수해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건 버티는 싸움이다”라는 표현입니다. 성장이나 확장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3. ‘뉴노멀’이 되어가는 환율과 산업의 불안감

이번 환율 상승은 과거처럼 급등 후 빠르게 내려오는 흐름이 아니라, 1년 넘게 서서히 올라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 부담스럽습니다. 초반에는 체감이 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가와 비용이 누적되면서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요즘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게 계속 가는 건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1,500원 수준이 일시적인 구간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 확대, 달러 수요 증가, 국내 경기 둔화까지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환율이 쉽게 내려오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무겁게 느껴집니다. 단기적인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환율 1,500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금융 지표가 아니라, 지금 철강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수출 경쟁력은 제한적이고, 원가는 계속 오르고, 수요는 약한 상황. 여기에 환율까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앞으로의 몇 개월은 더 힘든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20년 동안 여러 위기를 겪어왔지만, 이번처럼 방향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은 처음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업계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 회사가 이 상황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원가를 관리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 끝을 버틸 수 있는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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