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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전기로 전환의 비용과 과제

by 하이파이브 2026. 2. 27.

포스코가 6000억원을 들여 광양제철소에 전기로를 짓고, 현대제철이 미국에 8조원대 전기로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이 연일 나옵니다. 탄소중립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지금, 철강업계가 고로에서 전기로로 전환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전기료 때문에 버튼 누르기가 망설여진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저희 제철소도 10년 전 미니밀 라인을 운영했다가 결국 철거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전기로 확대가 과연 순탄할지 의문이 듭니다.

전기로
전기로사진

스크랩 경쟁, 이미 시작됐습니다

전기로는 철광석 대신 고철 스크랩을 녹여 철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고로는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코크스라는 탄소기반의 환원제를 사용합니다. 이때 CO2는 당연히 발생합니다. 반면 전기로는 이미 생산된 철스크랩을 녹여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고로처럼 코크스를 때워 탄소를 배출할 필요가 없으니 친환경적이죠. 문제는 전 세계가 동시에 전기로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도 유럽도 중국도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전기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스크랩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10년 전 미니밀을 운영할 때도 스크랩 수급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고급강재를 만들려면 황(S)이나 인(P) 같은 불순물이 적은 고품질 스크랩이 필요한데, 이런 스크랩은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쌌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쁩니다. 전 세계가 스크랩을 원하니까요. 철이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도 리사이클링 사업과 스크랩 유통망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전기로를 지어놓고도 제대로 돌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철강업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써 제품별로 어떤 스크랩을 쓸지 미리 분류하고 품질 기준을 세우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숙제입니다.

 

철스크랩가격
철스크랩 가격(달러_톤)

전기료 부담,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탄소를 줄이려고 전기로를 도입했는데, 정작 전기료 때문에 공장을 못 돌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 전기로가 풀가동되면 전력 사용량이 10% 이상 늘어난다고 합니다. 현대제철도 전력비가 연간 300억원 추가로 든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기로는 같은 양을 생산해도 고로보다 전기료가 20% 더 들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과거 미니밀을 운영할 때도 전기료가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야간에 전기료가 저렴하니까 밤에만 공장을 돌렸고, 낮에는 근무자들이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결국 별도의 근무시간 제도로 운영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해 낮 시간대 전기료는 낮추고 야간 전기료는 올리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철강업은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수인데, 이렇게 되면 전기료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비용까지 더해집니다. 전기로가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비용이 전기료에 이미 반영돼 있습니다. 탄소를 줄이려고 전기로를 돌리는데, 전기료 속에 탄소 비용이 숨어 있는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탄소 역설'이라고 부릅니다. 동국제강은 올해 들어 전기로 생산량을 대폭 줄였고, 현대제철은 전기로 보수 기간을 평소보다 길게 잡아 가동 시간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설비를 돌릴수록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품질 제약, 전기로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전기로가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품질 면에서는 고로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스크랩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어서 고급강을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미니밀을 운영할 때도 스크랩 100%로 불순물을 하한선까지 관리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동차나 가전에 쓰이는 고성능 제품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전기로 100%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현대제철이 올해부터 생산하는 '탄소저감강판'도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방식입니다. 탄소 배출을 20% 줄이면서도 품질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이죠. 완전한 전환이 아니라 배출량을 낮추는 수단으로 전기로를 활용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전기로 확대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고로와 전기로를 병행하면서 단계적으로 비중을 늘려가는 게 현실적입니다. 수소환원제철 같은 혁신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이런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 업계는 지금 에너지와 자원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철을 만드는 제조업이 아니라, 전기를 얼마나 싸게 쓸 수 있는지, 스크랩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정부가 K스틸법을 통과시키며 저탄소 전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정작 전기료 지원 같은 실질적 대책은 빠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기로 투자를 공공 인프라로 봐야 한다며 요금 감면이나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할인 같은 종합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의무지만, 에너지 구조와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환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nigtrekr/2238653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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