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가스틸 제조 현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철강업체의 엔지니어입니다. 특히 자동차에 많이 쓰이는 강재들이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동료들과 매일 고민하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알루미늄이 계속 확대되는데, 철은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동차 부품사 공장에 방문할 때마다 고급 차량의 부품들이 하나둘 알루미늄으로 바뀌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 수년간 제품을 만들고 기준을 바꿔가며 느낀 건, 철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알루미늄이 각광받는 이유, 문제
자동차 업계에서 알루미늄 열풍이 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게가 철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니까요. 미국 포드가 픽업트럭 F-150 차체 95%에 알루미늄을 적용하면서 무려 318kg을 줄였다는 소식은 업계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연비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차체 경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알루미늄은 그 해답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직접 부품사에서 알루미늄 가공 프로세스를 봤을 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녹이 잘 슬지 않고 열전도성도 우수하더군요. 재활용도 쉬워서 환경적으로도 이롭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더커 월드와이드는 2025년 북미 지역 알루미늄 자동차강판 수요가 18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철강 300만 톤을 대체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알루미늄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알루미늄 원가는 철강의 4배 수준인데 경량화 효과를 고려해도 자동차 1대당 소재 원가가 2배 이상 차이 납니다. 그래서 고급차에만 적용되는 거죠. 게다가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2018년 기준으로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1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생산 단계부터 따지면 철보다 환경 부담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 철과 알루미늄 기본 물성비교
| 항목 | 철 | 알루미늄 |
| 밀도 | 7.8 g/cm³ | 2.7 g/cm³ (철의 1/3) |
| 인장강도 | 270~2,000MPa 이상 | 150~600MPa |
| 탄성계수 | 약 210GPa | 약 70GPa (강성 낮음) |
| 피로강도 | 우수 | 상대적으로 낮음 |
| 열전도율 | 낮음 | 높음 |
| 부식 저항 | 도금 필요 | 자연 산화막 형성 |
기가스틸이 바꾸는 철강의 미래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기가스틸은 알루미늄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소재입니다. 1㎟당 1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인데,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10톤을 버틸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 강도인 2 GPa급 제품 생산에도 성공했습니다. 강도만 높은 게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철은 강도를 높이면 단단해져서 가공이 어려운데, 기가스틸은 강도와 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이 소재를 다루면서 가장 놀란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같은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알루미늄보다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PBC-EV 차체는 무게가 207kg까지 줄었습니다. 기존 대비 30% 감량에 성공한 겁니다. 미국 신차 평가제도 안전등급 별 5개와 동등한 수준의 충돌 안전성도 확보했습니다.
현장에서 제조 조건을 최적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기준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확신한 건, 철이 여전히 가장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소재라는 사실입니다. 알루미늄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고, 강도는 3배 이상 강합니다. 철강업체들은 이런 고강도의 시장을 서로 먼저 점유하려고 기술개발과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단순한 석출, 고용강화강들이 아닌 변태강화기구를 활용한 다양한 조직을 가진 기가스틸 강재들입니다.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 Steel)은 세계 유일하게 상용화한 포스코 강종으로 알려져 있고 최고 수준의 인성과 연신율을 제공합니다. DP(Dual Phase Steel)은 미세조직 Ferrite와 Martensite로 구성되어 있어서 강도도 확보하고 동시에 연신율도 높기 때문에 도어빔이나 측면 보강재 같은 충돌에너지 흡수 및 연신성이 필요한 부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CP(Complex Phase Steel)은 복합적인 미세구조를 가지고 있어 측면 충돌성이 좋습니다. TRIP(Transformaion Induced Plasicity Steel)은 변태유도형 연성강화 조직강인데 연신율이 특히 높기 때문에 고성형 부품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Mart강입니다. 강의 조직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강한 Martensite 조직으로 이뤄져 있고 강도를 극도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도 철이 필요한 이유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알루미늄 수요가 더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배터리가 무거우니 차체라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터리 안전성입니다. 사고 충격으로 배터리가 터지면 절대 안 됩니다. 그래서 배터리 케이스는 이중으로 만들거나 초고강도 강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알루미늄 비중이 높지만, 도요타는 고장력강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 업체마다 전략이 다른 이유는 안전성과 경제성의 균형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나 구조 부품에는 여전히 초고강도 철강이 필수적입니다. 알루미늄으로는 같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부품사들과 협업하면서 느낀 건, 복합소재 시대가 이미 왔다는 겁니다. 철 100%도 아니고 알루미늄 100%도 아닙니다. 부위별로 최적의 소재를 조합하는 방식이죠. 후드나 펜더 같은 외장 부품은 알루미늄으로 가고, 센터 필러나 배터리 케이스처럼 안전이 중요한 부분은 고장력강으로 가는 식입니다. 철강업계는 이런 흐름에 맞춰 초기 설계 단계부터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야 합니다. 단순히 소재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부위에 어떤 소재가 최적인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북미 자동차용 철강 판재 수요 비중은 2021년 92%까지 떨어진 뒤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루미늄이 일부 영역을 가져가는 건 사실이지만, 철의 기본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희 같은 철강 제조업 종사자들은 여기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초고강도를 지속 개발하면서도 두께를 줄인 경량 소재에 집중하는 겁니다. 그러면 알루미늄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철의 시대가 끝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현장에서 본 현실을 떠올립니다. 철은 3,000년 넘게 인류와 함께해 온 소재입니다. 석기시대가 돌이 떨어져서 끝난 게 아니듯, 철의 시대도 단순히 대체 소재가 나왔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으로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가스틸처럼 강도와 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한 제품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친환경 생산 공정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알루미늄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철만이 가진 경제성과 안전성, 그리고 범용성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