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서 원가 관련 회의를 할 때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숫자는 아직 버틸 만한 수준인데,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지금이 바닥일까, 아니면 이제 시작일까, 아무도 답을 할 수 없습니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4%, 근원 물가가 2.5% 상승했다는 데이터를 처음 봤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처럼 보였지만, 저는 오히려 이건 폭풍 전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 수치가 2월 28일 중동 충돌 이전 상황을 반영한 데이터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상황은 우리가 이미 체감하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올라왔고, 이건 단순히 에너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철강 원가 구조 전체를 건드리는 신호였습니다.

1. 에너지 가격 상승, 빠르게 체감되는 변화
2월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습니다. 1월의 0.2%보다 높아진 수치인데, 그 중심에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는 통계보다 빠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전력 단가나 가스 비용 관련 이야기가 회의에서 훨씬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외부 에너지 비용이 반영되는 시점이 다가오면, 원가 계산 방식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식료품 가격이나 물류비 상승 이야기를 뉴스로 볼 때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조업에 있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원재료 하나가 아니라, 운송비·에너지·가공비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현장에서 원가 데이터를 보면서 느끼는 건, 이건 단순 상승이 아니라 구조적인 압박이라는 점입니다.
2. DRI-EAF와 고로 공정 영향도 차이
이번 Wood Mackenzie 보고서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공정별 에너지 민감도였습니다. 원유가 상승하고 가스 가격이 오르면 DRI-EAF 공정은 원가가 4~5% 상승하는 반면, 고로-전로 공정은 약 2% 수준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고로 기반에 전기로를 일부 병행하는 구조인데, 이 데이터를 보고 솔직히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원가가 안 오른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대적인 영향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기로 쪽은 전력 단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스 기반 공정은 에너지 가격 변동이 바로 부담으로 연결됩니다. 반면 고로는 철광석과 석탄 비중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충 역할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이 2% 차이도 절대 작지 않습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원가 2% 상승은 곧바로 경쟁력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로 감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저희 회사 내에서도 제기 되기 시작했습니다.
3. 중동 리스크와 철강 산업의 구조적 고민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느끼는 건, 철강 산업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전 세계 원유와 LNG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경로입니다.
이곳이 흔들리면 유가 상승은 물론이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까지 동시에 올라갑니다. 이는 철광석, 석탄, 스크랩 운송비 상승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최근 오만 인근에서 발생한 선박 공격 사례처럼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일부 선사는 항로를 우회하거나 운항 자체를 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탈탄소 전환입니다. 글로벌 철강 산업은 수소 기반 DRI 공정으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이번 에너지 가격 급등은 그 흐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큽니다.
천연가스 기반 DRI 구조는 에너지 가격에 매우 민감한데, 지금처럼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투자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관련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상황을 보면서 하나 확실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탈탄소는 방향이지만, 경로는 하나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특정 에너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결국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2월 물가 지표만 보면 아직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상황을 함께 보면, 지금은 명확히 전환 구간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에너지 가격, 물류 리스크, 원가 상승, 그리고 수요 둔화까지.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는 국면은 철강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입니다. 저희처럼 고로 기반 제철기업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몇 달은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흐름을 더 면밀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고, 그 방향을 얼마나 빨리 읽느냐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