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근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철광석 가격도 아니고, 고객사 발주도 아닙니다. 바로 유가와 자동차 관련 지표입니다. 최근 중동 사태 이후로는 이 두 가지가 철강 시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 제철소 생산의 절반이 자동차향이다 보니,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곧바로 우리 생산 계획과 연결됩니다. 특히 이번 이슈는 단순한 수요 문제가 아니라, 비용·원료·차종 구조까지 동시에 흔드는 변수라 더 예민하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하나의 공통된 불안 위에 놓여 있습니다. 중동 사태 종결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JP모건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저장 여력이 약 25일 수준에서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내륙 파이프라인을 통한 우회 공급도 제한적입니다. 더 중요한 점은, 설령 사태가 조기에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원유 생산은 연속 공정 특성상 중단 이후 정상화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일정 기간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변수로 봐야 합니다.
1. 자동차 산업, 수요충격은 제한적
먼저 자동차 산업 자체를 보면, 생각보다 직접적인 수요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동 지역 자동차 생산은 약 118만 대 수준으로 글로벌 비중은 약 1.3%에 불과합니다. 판매 역시 약 313만 대 규모로 절대적인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브랜드별로 보면 중동 시장 노출은 존재합니다. 도요타는 약 21%, 닛산 5%, 현대차는 약 12% 수준의 판매 비중을 보이지만, 전체 글로벌 판매 대비 중동 비중은 대부분 5% 이내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즉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중동 판매 감소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를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저도 이 부분은 현업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면 철강 발주가 바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공장을 올해 4분기 가동 목표로 준비 중인데, 이런 투자 일정에는 분명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미국 규제를 피해 이란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해 왔고, 현지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부품 수출 후 현지 조립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25년 기준 이란 시장 점유율 약 20%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중동 시장이 흔들릴 경우, 이런 구조가 다른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 자동차 단기적 비용 증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수요보다 비용입니다. S&P Global은 2026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이 약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수요 급감보다는 비용 부담과 공급망 차질이 반영된 수치로 보입니다.
특히 자동차 한 대에는 약 100kg 수준의 플라스틱 소재가 들어갑니다. 이 플라스틱은 대부분 석유화학 기반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과 원료 수급 불안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약 2개월 수준의 재고를 유지하지만, 이번처럼 공급망과 물류가 동시에 흔들리는 경우에는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타이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합성고무 원료가 석유 기반이기 때문에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차량 원가 전체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여기에 알루미늄도 변수입니다. 중동 지역이 글로벌 알루미늄 생산의 약 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차량 경량화 소재 가격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차량을 못 파는 문제가 아니라, 팔아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담은 자연스럽게 소재업까지 전달됩니다. 저희 같은 철강업 입장에서는 고객사의 원가 압박이 곧 가격 협상과 품질 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3. 철강업이 봐야 할 핵심, 차종 변화와 강종 전략
제가 이번 이슈를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자동차 판매량 자체보다, 어떤 차가 더 팔릴 것인가입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구조적으로 연비가 좋은 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는 중동 사태 직전 대비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수요가 약 2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반응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 변화가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제철소는 자동차향 비중이 절반 수준인데, 이런 변화는 곧바로 강종 선택 문제로 이어집니다.
내연기관차 중심이면 기존 강재 중심의 안정적 운영이 중요하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비중이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배터리 무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차체 경량화와 고강도 설계가 필수적이고, 그만큼 고강도강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중동 이슈가 오히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관심을 자극하면서, 고강도강재 수요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고민도 있습니다. 이런 제품은 생산 난이도가 높고, 설비 부하도 크며, 수율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양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요가 있다고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시장을 보면서 한 가지를 계속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 변화된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정리해보면, 이번 중동 사태는 자동차 수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이벤트는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중동 시장 비중이 제한적이고, 글로벌 생산 구조도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한 변화가 있습니다. 비용 구조가 흔들리고, 차종 믹스가 변하고, 소재 수요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철강업에 있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변화의 방향을 읽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얼마나 팔리느냐보다, 어떤 차가 팔리고 그 차에 어떤 강재가 들어가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요즘 아침마다 가격 지표와 자동차 데이터를 같이 보면서 이런 흐름을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은 항상 준비된 쪽에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중동 사태 역시 누군가에게는 위기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음 기회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