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월 철광석 가격은 톤당 90달러대로 추락하는데 철스크랩 가격은 톤당 37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저는 제철소에서 근무하면서 이 괴리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탄소중립을 향한 전기로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철스크랩, 특히 고급 스크랩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고, 올해 6월이면 전기로는 착공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양질의 스크랩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철광석과 철스크랩의 디커플링 현상
일반적으로 철강 원자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최근 1년간은 경향이 달랐습니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은 톤당 110달러에서 99달러로 10% 하락했습니다. 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두 광산이 연산 2,000만 톤 규모로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 과잉이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국의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철광석 수요는 더욱 위축됐습니다.
반면 철스크랩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4년 9월 톤당 340달러였던 국제 고철 가격은 12월 372달러, 올해 1월 374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국내 유통 가격도 톤당 50만 원을 돌파하며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디커플링 현상은 글로벌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로에서 전기로로 전환을 서두르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여기서 전기로란 고철을 전기 아크로 녹여서 쇠를 만드는 방식으로, 기존 용광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7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철광석 가격이 톤당 85~98달러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티은행 85달러, 피치 90달러, 골드만삭스 93달러 등 일제히 하락을 예상하고 있죠. 하지만 철스크랩의 전망은 반대입니다. 전기로 전환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ㅇ일본 고급스크랩의 비밀
저는 제철소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하면서 일본산 스크랩의 품질이 왜 그렇게 좋은지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산 고급 스크랩을 쓰면 내부 게재물, 크랙 같은 품질 문제가 확연히 줄어들었거든요. 그 이유를 파헤쳐보니 일본 철강 생태계의 구조적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동차, 정밀기계, 조선, 산업기계, 전기강판 등 고급 철강을 요구하는 제조업이 강했습니다. 이런 제품들이 사용 만료 후 스크랩이 되면 기본적으로 성분이 균일하고 불순물이 적습니다. 특히 자가발생 스크랩이 연간 1,100만 톤 이상 나오는데, 이건 제조 과정에서 바로 나오는 스크랩이라 품질이 매우 일정합니다. 더 중요한 건 우수한 분리배출 시스템입니다. 일본은 철과 비철의 분리가 철저하고, 슈레더 처리 후 선별 공정도 정교합니다. 등급별 유통 체계가 명확해서 H2(고급), A(중급), B(하급) 같은 등급 분류가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 덕분에 일본산 스크랩은 프리미엄을 받는 겁니다.
2025년 일본의 철스크랩 수출량은 771만 톤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습니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700만 톤을 돌파한 수치입니다. 한국으로 오는 물량은 127.6만 톤으로 베트남(328만 톤), 방글라데시(143.9만 톤)에 이어 3위입니다. 한국 수출량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는데, 이게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줄어드는 일본 스크랩과 전기로 시대
일본 철강업계의 노폐 철스크랩 구매량은 2017년 2,697만 톤에서 2024년 1,660만 톤으로 1,000만 톤이나 줄었습니다. 일본 국내 조강 생산량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6년 870만 톤, 2020년 947만 톤 수출하던 것이 지금은 771만 톤 수준으로 떨어진 거죠. 동경제철 스크랩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30년까지 국내 발생 스크랩만으로 자국 철강 수요의 67.2%를 충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CSR(Circular Steel Ratio), 즉 순환강 비율이라는 개념인데, 국내 발생 스크랩으로 생산한 철강이 국내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60~70% 수준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문제는 전체 스크랩 물량이 아니라 고급 스크랩입니다. 일본 국내에서 연간 약 3,500만 톤의 스크랩이 발생하는데, 자가발생 1,168만 톤, 가공스크랩 677만 톤, 노폐 스크랩 1,660만 톤으로 구성됩니다. 전기로가 돌아가면서 유통되는 스크랩 등급이 단시간에 변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 철강업계 에이지 상무는 최근 일본 국내 철스크랩의 해외 유출 통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제안보상 중요 물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일본의 2030년 스크랩 수급 전망을 보면 상급 스크랩은 1,185만 톤 수요에 1,037만 톤 공급으로 87.5%밖에 안 됩니다. 하급 스크랩은 106.9%로 여유가 있지만, 전기로에서 고품질 제품을 뽑으려면 결국 상급 스크랩이 필요합니다.
한국 철강사의 원가경쟁력 위기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국내 철강사들은 지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고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철광석 가격 하락은 단기 수익성 방어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기로 전환이 불가피한데, 핵심 원료인 고철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막대해졌습니다.
솔직히 제가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스크랩 품질 관리 체계의 부재입니다. 저가 스크랩을 다량으로 쓰면 불순물로 인한 개재물, 크랙 등 품질 문제가 속출합니다. 일본처럼 자가발생 스크랩이 많고, 산업군별 회수 체계가 정교하고, 구리 같은 불순물 제거 기술이 발달한 게 아니라서 똑같은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철강사들은 해외 스크랩 업체 지분 인수, 장기 공급 계약, HBI(직접환원철) 같은 대체 철원 생산기지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내 스크랩 품질 고도화입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시급합니다.
- 자가발생 스크랩 관리 체계 구축 및 품질 표준화
- 산업군별 스크랩 회수 체계 강화 (자동차, 기계, 건설 등)
- 구리 제거 등 선별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
- 등급별 유통 체계 확립 및 신뢰성 제고
- 장기 계약을 통한 원가 안정화 전략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장기적으로 고철 기반 철강 비중이 높아지면 산업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친환경 철강 시대에 양질의 고철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확보하느냐가 철강사와 국내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탄소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기로 전환에 필요한 고급 스크랩 확보 전략 없이는 원가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일본이 자국 스크랩을 경제안보 물자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지금, 우리도 국내 스크랩 생태계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품질 표준화, 회수 체계 고도화, 선별 기술 투자를 통해 '한국형 고급 스크랩'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전기로 시대에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https://www.steel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6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