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8일,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량이 급감했습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30%, LNG의 20%가 지나가는 병목 구간인데요. 철강업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뉴스를 접하는 순간 간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란은 세계 2위 DRI(Direct Reduced Iron, 직접환원철) 생산국이자 글로벌 반제품 교역의 11%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철강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이런 환경과 자원의 공급망이 변화하면 우리의 원가와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호르무즈해협 차질과 철강 공급망 타격
이란은 연간 약 700만~800만 톤의 반제품 철강을 수출하는 중동 최대 조강 생산국입니다. 여기서 DRI란 철광석을 천연가스로 환원시켜 만든 철 원료로, 전기로(EAF) 제강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를 의미합니다. 이란은 자국의 풍부한 천연가스와 철광석을 바탕으로 가스 기반 DRI-EAF 공정을 통해 빌릿, 슬래브, 철근 같은 반제품을 대량 생산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란의 주요 수출 항구인 반다르아바스와 호메이니항이 모두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점입니다. 전쟁 발발 직후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행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많은 선사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운송 시간과 비용이 급증했습니다. 저희 제철소 판매 담당자에게 상황을 확인해 봤을 때, 고객사들이 주문한 제품이 제때 도착하지 못할까 봐 매일같이 연락을 해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운송이 매끄럽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란 외에도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이 연간 800만~900만 톤의 완제품 및 반제품 철강을 수출하는데, 이 물량의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합니다. 특히 UAE는 재수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 해협 차질이 발생하면 걸프 전체의 철강 수출 흐름이 동시에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일부 물량은 오만을 통해 우회가 가능하지만, 핵심 물류 회랑의 대부분이 여전히 호르무즈를 지나고 있어 구조적인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빌릿 가격 급등과 대체 물량 확보 경쟁
전쟁 발발 이후 동남아시아와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이란산 저가 빌릿의 대체 물량 확보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빌릿 가격이 톤당 5~10달러 상승했습니다. 여기서 빌릿(billet)이란 압연 공정을 거쳐 철근이나 선재로 만들어지는 중간 제품으로, 주로 전기로 제강소에서 생산되는 반제품을 의미합니다. 이란은 저렴한 천연가스를 활용해 생산 원가를 낮춰왔기 때문에, 동남아와 튀르키예의 철근 제조업체들이 이란산 빌릿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로 이란산 빌릿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수입업체들은 러시아, 중국, 인도 등지에서 대체 물량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들 대체 공급원의 가격이 이란산보다 높다는 점입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에너지 충격 이후 3개월 내에 빌릿 가격은 10~30% 상승했고, 철근 가격도 30% 이상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로로 가격 전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이란이 전 세계 반제품 교역의 1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봉형강류 시장 전반에 가격이 상승될 것은 명백해 보입니다.
에너지비용 폭등과 제강 원가 구조 악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5달러를 상회하고, 천연가스 가격은 40~50% 급등했습니다. 저희 제철소는 기본적으로 고로-전로 공정을 사용하면서 코크스와 석탄을 대량으로 소비하고, 전기로 제철소는 전력에 크게 의존합니다. 따라서 원유 가격 상승은 곧 에너지 비용 증가로 직결되며, 이는 제강 원가를 끌어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중동 철강 생산의 상당수가 전기로 기반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빌릿과 철근 가격을 높이는 핵심 변수입니다. 게다가 해상 운임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물류비 부담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철강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런 원가 변화가 매우 급격하게 느껴집니다. 원료나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 다시 안정적인 제조 원가 구조로 돌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판매 가격이 올라간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바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역마다, 고객사마다 분기 또는 연간 단위로 계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상승분을 즉시 가격에 반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결국 일정 기간 동안은 손실을 그대로 안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불확실성 국면에서는 고객사와의 협상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내부적으로도 원가 절감 압박이 커집니다. 또한 분쟁이 수개월 이상 장기화된다면 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은 고착화될 것이고, 전기로 생산의 원가 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봉형강 가격 상승 압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중동향 중국산 철강이 동남아로 우회 유입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국산 판재류의 주요 수출 시장인 동남아에 중국산 물량이 몰리면, 결국 한국산 판재류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은 단순히 중동 지역 분쟁에 그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글로벌 물류 요충지를 통해 전 세계 철강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철강 가격 상승과 물류비 및 에너지 비용의 가격 전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시점입니다. 저 역시 제철소 현장에서 원가 관리와 고객사 대응에 더욱 신경 쓰고 있으며, 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공급망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