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미국-이란 충돌 이후 환율 급등 : 철강 원가와 에너지 가격 영향 분석

by 하이파이브 2026. 3. 6.

이란중동 전쟁과 환율
미국 이란 전쟁과 환율 변동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저희 회사 게시판에도 긴급 공지가 떴고, 아침부터 원가팀과 구매팀은 계속 생산에 문의가 오고, 예상 시나리오를 짠다고 바쁩니다. 철강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하고 계실 겁니다. 전쟁이 터지면 환율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인데, 이번엔 달러당 원화 환율이 이틀 만에 3%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철강 원가에 미치는 직격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입니다. 여기서 해상 물동량이란 배를 통해 이동하는 화물의 총량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중동에서 뽑아낸 원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이 이 좁은 해협을 거쳐야만 아시아로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1월 기준 하루 24척씩 지나다니던 유조선이 3월 1일엔 단 4척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저희가 철강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주요 원료는 철광석, 원료탄, 철스크랩, LNG, 원유입니다. 이 중 LNG와 원유는 중동 의존도가 각각 20%, 70%에 달하는데, 해협이 막히면 이 물량을 당장 다른 곳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령 구한다 해도 운임이 문제입니다. 실제로 사우디 얀부 항에서 한국으로 원유를 싣고 오는 유조선의 1항 차 용선료가 평소 1,400만 달러에서 2,800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여기에 전쟁위험보험료까지 선박 가치의 0.2%에서 1.0%로 5배 올랐으니, 원유 한 배럴을 들여오는 데 드는 실질 비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체감이 되실 겁니다.

CFR(Cost and Freight) 기준 단가란 운임을 포함한 인도 가격을 뜻하는데, 지금처럼 운임이 폭등하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철강사 입장에서는 FOB(본선인도) 가격이 그대로여도 실제 구매 원가가 급등하는 셈입니다. 저희 회사도 2월 중순 이후 원료탄 가격이 톤당 30달러 하락했지만, 해상 운임 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 원가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이게 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시장 펀더멘털보다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순간입니다.

철광석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중국이 단기적으로 항만 재고로 버틸 수 있다는 건 맞지만, 분쟁이 한 달 이상 장기화되면 고품위 철광석 수요가 럼프(lump)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럼프 철광석은 입자가 큰 덩어리 형태로, 분광(fines)보다 품질이 우수해 가격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실제로 중동 일부 지역에서 공급받던 고품위 펠렛 물량이 끊기면서 럼프 가격 강세 조짐이 벌써 보이고 있습니다.

환율 상승과 달러 수요 증가, 철강사의 숨은 복병

전쟁이 터지면 제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환율입니다.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팔고 안전자산으로 몰립니다. 여기서 안전자산이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때 가치가 보존되거나 상승하는 자산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 미국 국채, 금이 있습니다. 특히 원유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국의 달러 수요가 자동으로 증가합니다.

이번 사태 직후 전 세계 머니마켓펀드(MMF)로 479억 달러가 순유입됐고, 이 중 307억 5천만 달러가 미국 MMF로 몰렸습니다. 달러 강세는 곧 원화 약세를 의미하고, 저희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사에겐 양날의 검입니다. 수출 채산성은 좋아지지만 원자재 수입 원가가 급등하기 때문입니다. 철광석, 원료탄, 철스크랩, LNG, 원유 전부 달러로 거래되니 환율이 3%만 올라도 원가가 그만큼 뛰는 구조입니다.

인도 루피화는 달러당 92.17루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고, 태국, 베트남, 필리핀 같은 에너지 수입국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에서 85달러로 오를 경우 아시아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0.7% 포인트 상승하고 성장률은 0.5%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저희 회사도 해외 법인이 동남아에 있는데, 현지 통화 가치 하락으로 달러 표시 원가가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마비입니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내릴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으면 금리 인하를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영국 2년물 국채 금리는 3.84%, 독일은 2.236%, 미국은 3.599%까지 올랐습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한계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철강 수요까지 약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철강 원가 관리가 단순히 원자재 가격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환율, 운임, 보험료, 금리, 심지어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전부 원가에 반영됩니다. 저희도 가격 상승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시점을 얼마나 빨리 단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경쟁사보다 한 발 늦으면 마진이 깎이고, 너무 빨리 올리면 수주 물량이 줄어드니까요.

중동 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철강사들은 원자재 재고를 얼마나 확보할지, 환율 헤지를 어떻게 가져갈지, 수출 계약 단가를 어떻게 조정할지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도 매일 아침 브렌트유 시세와 환율부터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지만, 그때까지는 원가 방어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3049071i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