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회사에서 원자재 가격 회의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변동성, 어디서 많이 본 흐름인데…” 철강업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바뀌고, 환율에 따라 원가가 흔들립니다. 특히 최근처럼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작은 변수 하나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계속 지켜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선배들이 IMF 당시를 이야기해 줄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오지만, 그 안에 있는 구조와 본질은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일수록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단순히 역사 공부가 아니라, 지금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으로 말입니다.
1. 대공황이 남긴 시스템의 교훈
1929년 대공황은 단순한 금융위기를 넘어선 사건이었습니다. 실업률이 25%를 넘고, 은행의 40% 이상이 파산했다는 사실은 경제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에서 교육을 들으며 이 시기를 접했을 때, 저는 단순히 “과거의 큰 위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철강업에서 실제로 수요와 가격 변동을 경험하면서, 이 사건이 왜 중요한지 점점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이미 과잉 유동성과 과잉 투자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그 위에 Fed의 정책 대응 실패가 겹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줄였다는 결정은 결과적으로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나 팬데믹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빠르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시스템의 안정성은 단순한 거시경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철강은 대표적인 경기 민감 산업이기 때문에 금융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수요가 줄어드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실제로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동시에 오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시스템이 무너지면 산업은 버틸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2. IMF 외환위기, 철강업이 버텨낸 방식
제가 직접 겪은 시기는 아니지만,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는 위기는 IMF 외환위기입니다.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버틴 게 아니라, 겨우 살아남은 거다.” 이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당시 상황은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적 위기였습니다. 한보철강의 부도를 시작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었고, 건설·자동차·조선 산업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철강 수요는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철강은 다른 산업의 기반이기 때문에, 연쇄적인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제가 중요하게 느낀 것은 ‘부채 구조’였습니다. 당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500%에 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단순히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회사에서도 재무구조 관리에 대한 강조는 매우 강합니다.
- 부채비율 관리
-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 핵심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
선배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IMF 이후 철강업은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재편되었습니다. 비효율적인 부분은 정리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그때의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결국 위기는 산업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3. 닷컴버블, 그리고 지금의 시장
요즘 투자 시장을 보면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사건은 닷컴버블입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수익이 없는 기업들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성장 가능성” 하나만으로 투자금이 몰렸습니다. 지금의 AI, 바이오, Web3 시장을 보면 그때와 닮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기술 자체의 가치는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 가지 기준은 분명합니다. 결국 시장은 ‘실제 수요’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철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설비를 가지고 있어도,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가격은 수요가 결정하고, 수요는 결국 실물경제가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에서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게 됩니다.
-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가
- 현금흐름이 안정적인가
-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있는가
닷컴버블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명확합니다. 결국 현실적인 수익 구조를 가진 기업만이 끝까지 남았습니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일하는 저에게 더욱 크게 와닿습니다. 매일 원가를 계산하고, 수요를 확인하고,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 속에서 “실제 돈이 도는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위기는 반복됩니다. 대공황, IMF, 닷컴버블…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불확실성까지. 하지만 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버블은 꺼지지만, 본질은 남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내리고, 시장이 흔들려도 결국 경쟁력 있는 제품과 기업은 살아남습니다. 철강업에서 매일 경험하는 이 사실이, 투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빠르게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결국 ‘가치’가 결정합니다. 오늘도 현장에서 데이터를 보며 느낍니다. 시장은 변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l7bw372eg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