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탄소 강재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티센크루프가 2026년부터 BMW에 bluemint 저탄소 강재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기술 개발 성과가 아니라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라는 긴장감이었습니다. 요즘 경쟁사들의 저탄소 강재 뉴스가 끊이지 않는데, 어느 곳은 전기로 기반이고, 이번엔 Mass Balance 방식으로 인증받았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저희 회사의 저탄소 전략 시기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BMW가 선택한 bluemint, 그 배경은 무엇인가
티센크루프가 BMW 그룹에 공급하는 bluemint 강재는 독일 뒤스부르크(Duisburg) 제철소에서 생산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기존 고로(BOF, Blast Oxygen Furnace) 공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CO₂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는 점입니다. 고로란 철광석을 코크스로 환원시켜 선철을 만드는 전통적인 제철 방식을 말하는데,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bluemint recycled 제품의 핵심 기술은 철광석 일부를 고품질 철스크랩(steel scrap)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철스크랩이란 사용 후 회수한 철강 원료를 말하며, 이를 투입하면 철광석 사용량이 줄고 환원에 필요한 코크스 투입량도 감소합니다. 그 결과 티센크루프는 기존 고로 대비 CO₂ 배출량을 최대 64%까지 줄였고, 제품 1톤당 0.7~1.4톤의 CO₂를 배출하는 수준으로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주목한 건 이 강재가 BMW iX3의 외판 패널, 내부 부품, 배터리 하우징에 모두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는 표면 품질과 성형성 때문에 차체 외판에 1차 철강(primary steel), 즉 철광석에서 생산한 강재만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bluemint는 재활용 원료 비중이 높으면서도 기존 품질 수준을 유지했고, BMW는 별도의 공정 변경 없이 양산 라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건 단순히 ESG 점수를 올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저탄소 강재를 제품 경쟁력 요소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Mass Balance 인증, 과도기 기술의 현실적 선택
티센크루프의 bluemint는 매스밸런스(mass balance) 방식으로 CO₂ 저감 효과를 인증받았습니다. 매스밸런스란 생산 공정 전체에서 발생한 탄소 감축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개별 제품에 비례 배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로는 여러 제품이 섞여서 생산되지만 감축한 CO₂ 양을 장부상으로 특정 제품에 할당하는 것입니다.
독일의 공인 인증 기관인 TÜV SÜD가 이 감축 효과를 검증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매스밸런스는 수소환원제철(DRI, Direct Reduced Iron)이나 100%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기반 생산처럼 완전한 저탄소 공정은 아니지만,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서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티센크루프는 DRI 플랜트가 본격 가동되면 연간 350만 톤 규모의 CO₂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그 전까지는 매스밸런스 방식이 현실적인 중간 단계라는 겁니다.
저는 이 방식이 우리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기반 저탄소 생산으로 가는 과도기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단기적으로는 매스밸런스, 중기적으로는 DRI+전기로, 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로 기술 로드맵이 짜여 있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우리 회사가 이 흐름에 맞춰 언제 저탄소 강재를 본격 공급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경영층은 시기를 앞당기길 원하지만, 저는 아직 전기로 가동 초기의 시행착오와 품질 안정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가격 프리미엄 책정과 고객 설득, 우리의 과제
티센크루프-BMW 계약에서 제가 가장 궁금했던 건 가격 구조였습니다. bluemint는 탄소 감축분을 별도의 탄소 크레딧(carbon credit)으로 분리하지 않고 제품 가격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탄소 크레딧이란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인증서를 말하는데, bluemint는 이를 발행하지 않고 강재 자체에 저탄소 가치를 담아 판매하는 겁니다.
우리도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 강재를 생산할 때, 합탕(hot metal charging, 용선과 스크랩을 함께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하면 제품 1톤당 약 1.5톤의 CO₂를 배출하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 감축분에 대한 가격 프리미엄을 어떻게 책정하고, 고객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입니다. 저탄소 강재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시점에 맞춰 가격 체계를 준비해야 하는데, 고객사 입장에서는 탄소세(carbon tax) 부담과 저탄소 강재 구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티센크루프처럼 탄소 감축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을 확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은 고객사들에게 설명하기에 이른 감이 있습니다. 우리가 전기로 경험은 있지만, 가동 초기에는 품질과 공급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고, 탄소 가치를 반영한 프리미엄 가격을 받아들일 만큼 시장이 성숙했는지도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티센크루프-BMW 사례가 저탄소 강재 상업화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되었고, 우리도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명확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매스밸런스와 스크랩 혼입으로 빠르게 배출량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DRI와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겁니다. 저는 이 과정을 이해하고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티센크루프의 사례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고객과의 협력, 인증 시스템 구축, 가격 전략까지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가야 저탄소 강재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독자 여러분도 앞으로 저탄소 강재가 자동차, 건설, 가전 등 모든 산업에서 필수 요소가 될 거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eurometal.net/thyssenkrupp-to-supply-reduced-emission-steel-to-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