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팀원들과 나눈 대화가 어느새 자동차 얘기로 흘렀습니다. 출발점은 우리 회사의 원가였습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물류비, 운송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왔고, 저도 조만간 차를 바꾸면 무조건 전기차 사야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었습니다. 제 차가 올해로 10년째인데, 다음 차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이 난 셈입니다. 그 흐름이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데이터가 지금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한국 전기차 침투율 28% 의미
한국의 전기차 침투율(EV Penetration Rate)이 2026년 2월 기준 28.2%를 기록했다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침투율이란 전체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10%도 안 된다고 알고 있었던 분들이라면 이 숫자가 믿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기차가 핫한 이슈가 되다가 사실상 전기차의 수요가 확대되는 속도가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하이브리드를 합산하면 친환경차 비중이 이미 5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소차까지 포함하면 더 올라갑니다. 한국에서 수소전기차(FCEV)도 월 천 대 이상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은 이미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고 봐도 됩니다.
3월 판매 데이터를 보면 흐름이 더 선명해집니다. 기아 전기차가 16,000대, 테슬라가 11,130대, 현대차 전기차가 7,800대 수준입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기타 브랜드까지 합산하면 3월 침투율은 25% 후반대가 나옵니다. 2월보다 소폭 낮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32만~35만 대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침투율이 20%를 넘으면 대중화 가속 구간에 진입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분석이 꽤 설득력 있다고 봅니다. 노르웨이가 침투율 20%를 넘긴 이후 97%까지 간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53%, 한국과 호주가 14% 수준이었다가 지금처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을 보면, 이 전환점 이후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릅니다.
전기차 전환의 주요 트리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휘발유 가격 지역별 2,000원 돌파, 유지비 부담 체감
- 테슬라 모델 Y를 중심으로 한 신규 인도량 급증
- 수도권 5부제 시행으로 내연기관차 운행 제약 강화
- 이란 사태 이후 전기차 관련 검색량 글로벌 79% 급증

철강 현장에서 느끼는 산업구조의 변화
저는 철강업계에 있습니다. 자동차 강판을 다루다 보니, 요즘 들어오는 제품 구성에서 변화를 피부로 느낍니다. 배터리 케이스용 고장력 강재나, 충격 흡수 성능이 요구되는 전기차 언더바디 부품 소재의 비중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데이터보다 먼저 현장에서 느껴집니다. 아니면 조만간 고강도강의 자동차 부품의 소재들이 점점 증가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런 산업구조 변화에 신경쓰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철강 수요 구조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쓰이는 강재의 종류와 두께가 다릅니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차체 경량화를 위한 고강도 강재와 초고장력 강판(AHSS)의 수요가 함께 올라가고 있습니다. AHSS는 일반 강판보다 훨씬 높은 인장강도를 가진 소재로, 차체 무게를 줄이면서도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저도 제 경험상 이 쪽 소재 수요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후전쟁'이라는 단어를 최근 보도에서 접했는데, 딱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는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들이 충돌했다면, 지금은 유가상승이 오히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압박하는 구조입니다. 전쟁이 에너지 불안을 키우고, 그 불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바꾸는 흐름입니다.
현대차 울산 공장이 대규모 재건축을 진행 중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연간 125만 대 생산 규모의 라인을 하이브리드, 내연차, 전기차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생산(Mixed Production)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혼류 생산이란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서로 다른 차종이나 동력 계통의 차량을 유연하게 제조할 수 있는 방식인데,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현대차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국내 전기차 성장이 일시적 반등이 아니라고 봅니다. 유가가 다소 안정된다 해도 이미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고, 소비자 인식이 바뀐 상태에서 수요가 크게 꺾일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BYD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에 본격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전기차 대중화를 더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전기차 전환 속도는 철강, 배터리, 충전 인프라까지 연쇄적으로 산업 구조를 바꾸는 신호탄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침투율이 30%를 넘어서면 50%까지 가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를 것입니다. 차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 지금쯤은 전기차를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닌 디폴트(기본값)로 놓고 비용을 따져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저도 이미 전기차를 다음의 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