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 3.11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철강업에 종사하는 저로서는 이 소식이 그냥 뉴스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우리나라의 철강, 자동차, 선박 분야를 구조적 과잉생산의 증거로 지목했고,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올여름까지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301조가 한국 철강에 미치는 영향
무역법 301조란 미국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미국 정부가 "당신네 나라가 우리 상업에 부담을 준다"라고 판단하면 관세나 수입 규제 등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중국, EU, 일본, 한국, 멕시코 등이 포함됐고, USTR은 한국이 철강, 자동차 및 부품, 기계, 선박 분야에서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왜냐면 한국의 글로벌 상품의 무역수지가 23년 U$100억 적자였으나, '24년 $520억 흑자로 대폭 확대가 되었고 한국의 대미 상품 및 서비스 무역흑자는 '24년 U$560억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저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압박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겁니다. 철강산업은 이미 과잉공급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미국은 이를 "구조적 과잉생산"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구조적 과잉생산이란 정부의 보조금이나 개입으로 인해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 정부가 철강업체에 직간접적 지원을 해왔다고 보고 있고, 이것이 미국 철강업체들에게 불공정한 경쟁을 강요한다는 논리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런 상황이 단순히 무역 문제를 넘어선다고 생각합니다. 철강은 국가 기반 산업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전략적 산업으로 접근해야 맞습니다. 제조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철강이 흔들리면 우리나라 산업 기반 전체가 같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왜냐면 조선, 자동차 이 모든 것의 기초가 철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미국 트럼프 정부가 왜 그렇게도 이 분야를 건드리고 싶어 하는지,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제 이해가 됩니다.
조금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 철강에는 232조에 따라 50%의 고율관세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 301조 조사는 추가적인 규제나 우회수출 차단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미국 내 투자 확대 압박과 공급망 재편 요구가 더 강해질 것입니다
과잉생산 프레임과 우리의 대응 방향
일부에서는 "미국도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거 아니냐"라고 반발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물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인정해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철강,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모두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는 건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현실입니다.
USTR은 이번 조사에서 "구조적 과잉생산 능력은 무역상대국의 정부 개입으로 발생하고 유지된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캐파시티 유틸라이제이션(Capacity Utilization)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는 생산설비 가동률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 자동차 공장들의 평균 가동률이 55%에 불과하다는 USTR의 지적처럼, 설비는 많은데 실제로 돌아가는 건 절반 정도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철강업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건데, 설비 투자는 계속 늘어났지만 정작 주문은 그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세계 철강 생산능력은 약 25억 톤 수준이 이지만 실제 수요는 약 18~19억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미 6~7억 톤은 과잉공급이라는 것입니다. 이 상당 부분이 중국, 동남아, 인도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조강 생산이 약 10억 톤이며 세계 생산의 5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중국은 지속적으로 저가로 수출을 늘리고 있고, 미국 같은 나라들은 점점 경쟁구도에 열 위 한 상황에 노출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이미 "구조적 과잉 생산국"이라는 정책 프레임에 씌워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프레임이 고착화되면 앞으로 국가 간 외교와 협상에서 계속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지난 2월 대법원 판결로 글로벌 관세 조치가 무효화되자, 곧바로 301조와 122조를 활용해 임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법적 근거를 바꿔가며 압박을 이어가는 겁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텐데, 개인적으로는 단기 대응과 장기 전략을 나눠야 한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 확대나 공급망 참여 등 실질적인 협력 카드를 내밀어야 합니다. 실제로 대만은 미국과 체결한 상호 무역협정을 통해 이번 조사에서 다루어질 수 있는 많은 사안에 대해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과잉 설비를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번 301조 조사는 단순히 관세 몇 퍼센트 올리고 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이 조사가 미국이 우리에게 "앞으로 이렇게 살지 마라"라고 요구하는 신호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흐름과 정책 변화를 유의 깊게 지켜보면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철강업 종사자로서, 그리고 이 산업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으로써, 이번 기회에 우리 스스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걸 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