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철강업계에서 자동차강판을 다루면서도 그린스틸이 이렇게 빨리 실제 시장에 적용될 줄 몰랐습니다. 사실 우리 회사도 이런 전기로 관련 TF가 구성은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를 확인하기에는 이릅니다. 특히 도요타만큼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완성 차사가 전기로(EAF) 기반 철강을 본격 도입한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2025년부터 그린스틸 적용 차량에 대당 최대 5만 엔(약 45만 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이 정책 드라이브를 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요타의 그린스틸 조달이 일본 철강 공급망 전체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그리고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도요타가 움직이면 시장이 바뀐다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제철, JFE스틸, 고베제강 등 일본 3대 철강사로부터 그린스틸 조달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그린스틸(Green Steel)이란 기존 석탄 기반 용광로(고로) 대신 전기로나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철강을 의미합니다. 일반 철강 대비 약 40%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정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활용해 소비자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친환경 전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토요타 공정감사를 몇 차례 참여하면서 느낀 건, 이 회사는 단순히 소재를 쓰는 게 아니라 소재의 이력과 품질 편차까지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점입니다. 결함이 없고 물성이 균일한 제품만 허용되며, 공정 감사는 매년 반복됩니다. 그런 도요타가 전기로 기반 철강을 도입한다는 건, 단순한 친환경 제스처가 아니라 실질적인 품질 검증을 통과했다는 의미입니다.
닛산과 이스즈가 일부 모델에 그린스틸을 도입한 적은 있지만, 연간 막대한 철강을 소비하는 도요타의 이번 결정은 파급력이 다릅니다. 업계에서는 도요타의 조달 개시가 건설, 기계 등 타 산업군으로 그린스틸 도입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도요타는 품질이 까다롭고 일본 철강사의 최대 고객이면서 글로벌 공급망 표준 자체를 주도하는 업체이므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압도적입니다.
일본 정부의 GX 전략과 철강 탈탄소 로드맵
일본은 2020년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2025년 5월 'GX(Green Transformation) 추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탄소배출 감축을 법적 의무로 전환했습니다. 여기서 GX란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색 전환을 의미하며, 연간 약 190조 엔의 경제 효과와 1,800만 명의 고용 창출을 목표로 합니다.
2026년 4월부터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만 톤 이상인 기업에 대해 배출량 거래제(GX-ETS) 참가가 의무화됩니다. 정부는 각 기업에 배출권 할당량을 설정하고, 초과 배출에 대해서는 배출권 구매나 추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징금 등 페널티가 부과되며, 정기적으로 감축 이행 여부를 보고해야 합니다.
철강업은 일본 전체 CO₂ 배출량의 약 13%, 산업 부문 배출량의 약 38%를 차지하는 핵심 감축 대상입니다. 철강재 1톤 생산 시 고로 공정은 약 2톤의 CO₂를 배출하는 반면, 전기로 공정은 약 0.5톤만 배출합니다. 쉽게 말해 전기로로 전환하면 배출량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 정부는 철강 탈탄소화를 위해 다음과 같은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 COURSE50 프로젝트: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CO₂ 10% 감축, 고로가스 포집 기술로 20% 추가 감축
- 직접환원제철(DRI):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직접 환원하는 공법
- 전기로 불순물 제거 기술: 철스크랩 재활용 시 품질을 고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기술
2030년까지 약 1,935억 엔 규모의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을 투입하며, 204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정부 주도 기술 개발이 민간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산업 전환 속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 철강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제가 실무에서 느낀 가장 큰 고민은 "그린스틸을 만들 수는 있는데, 토요타 수준의 품질을 맞출 수 있을까"입니다. 전기로 기반 철강은 일반적으로 고로 제품 대비 품질이 열 위 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불순물 관리가 어렵고, 물성 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요타가 이런 제품을 쓴다는 건, 일본 철강사들이 이미 품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제철은 효고현 히로하타 지역에서 전기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기존 고로 제품 수준의 고품질 강판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JFE스틸 역시 2028년까지 대규모 전기로 전환을 위해 수천억 엔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포스코 등 철강사들이 저탄소 브랜드를 준비 중이지만, 관세 장벽을 뚫고 일본 완성차 공급망에 침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제 생각엔 지금부터라도 다음 세 가지 전략을 병행해야 합니다.
첫째, 전기로 품질 고도화 기술 개발입니다. 전기로에서 생산된 철강의 물성 편차를 최소화하고, 불순물 제거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도요타의 요구 수준은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가 그 품질을 만족시키려면 지금부터 R&D에 집중해야 합니다.
둘째, 정부-완성 차사 공동 정책 제안입니다. 일본은 그린스틸 적용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수요를 창출했습니다. 우리도 전기차 보조금을 저탄소 소재, 소비자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완성 차사와 철강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면, 시장 형성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입니다. 일본 시장이 닫혀 있다면, 유럽이나 북미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으로 저탄소 철강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우리도 이 흐름에 발맞춰 수출 전략을 재편해야 합니다.
저는 도요타의 이번 참여가 그린스틸 시장 형성을 가속화하고, 철강사의 전기로 투자를 정당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도요타는 품질이 까다롭고 글로벌 공급망 표준을 주도하는 업체이므로,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인증 요구가 까다로운 자동차 산업에서 이게 도입되면, 건설, 가전, 산업기계, 조선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우리도 이 변화를 잘 인지하고, 철강업계의 기술 개발과 정책 대응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참고: https://www.keei.re.kr/board.es?mid=a10103020000&bid=0014&act=view&list_no=124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