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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과 에너지 가격 급등: 철강 제조 원가에 미치는 영향

by 하이파이브 2026. 3. 12.

2월 미국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습니다. 같은 달 근원 물가는 2.5% 올랐습니다. 수치만 보면 그럭저럭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데이터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전 상황을 담은 스냅숏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수치를 보면서 "아, 폭풍 전야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근처까지 치솟았고, 이건 단순히 에너지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강 산업 전체의 원가 구조를 뒤흔들 신호탄이었으니까요.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의 실체

2월 소비자 물가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는데, 이는 1월의 0.2%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휘발유 가격이 0.8%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근원 물가(core prices)입니다. 근원 물가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지표로, 인플레이션의 기조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사용됩니다. 2월 근원 물가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1월의 0.3%보다 낮았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돌고 있습니다.

제가 이 데이터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타이밍입니다. 이 수치는 중동 충돌 이전의 상황만 담고 있거든요. 2월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약 12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전 세계 원유의 약 20%, 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이 막히면 에너지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오릅니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협회(AAA) 데이터를 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이 갤런당 약 20% 상승했습니다.

식료품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2월 식료품 가격은 0.4% 상승했고 전년 대비로는 2.4% 올랐습니다. 캔자스시티에서 냉동 요거트와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는 아이작 리 콜린스는 프랑스산 초콜릿 가격이 작년에 15~20% 올랐다고 했는데, 대부분 관세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휘발유 가격까지 오르니 물류비가 추가로 붙는 거죠. 그는 "이건 우리가 또 하나 떠안아야 할 추가 비용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저도 제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습니다.

DRI-EAF 공정의 취약성

Wood Mackenzie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철강 생산 공정별 에너지 비용 민감도 분석입니다. 이 보고서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상승하고 천연가스 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DRI-EAF(Direct Reduced Iron - Electric Arc Furnace, 직접환원철-전기로) 공정의 제조원가가 4~5%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서 DRI란 철광석을 천연가스로 환원시켜 만드는 철 원료를 의미하는데, 고로 공정과 달리 석탄 대신 가스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변동에 훨씬 민감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고로-전로(BF-BOF, Blast Furnace - Basic Oxygen Furnace) 공정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약 2% 수준으로 제한적입니다. 이 차이는 원가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DRI-EAF 공정은 전기 비용과 가스 비용이 각각 약 9% 내외를 차지하는 반면, 고로-전로 공정은 철광석이 30%, 석탄이 23%, 스크랩이 9% 정도를 차지합니다. 쉽게 말해 DRI 공정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고로 공정은 원료 의존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저희 회사는 고로-전로 베이스에 철스크랩 기반 전기로를 결합한 구조입니다. 이번 Wood Mackenzie 보고서를 보면서 솔직히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DRI 기반 전기로 대비 직접적인 에너지 비용 영향이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이었거든요. 물론 원가가 전혀 안 오른다는 건 아닙니다. 철광석 등 연원료 광산 비용과 에너지 비용도 당연히 상승은 합니다. 하지만 전체 원가 상승률은 2% 내외로 예상되니, DRI 공정을 쓰는 경쟁사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장 상황입니다. 요즘처럼 공급 과잉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에서는 원가 2% 상승도 부담이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건, 원가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2%라는 숫자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탈탄소 전환 로드맵의 흔들림

글로벌 철강 산업은 탈탄소 공정 전환을 추진해왔고, 그 중심에는 수소 DRI-EAF 공정이 있었습니다. 유럽 철강 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수소 인프라 구축은 지연되고 투자 여력은 축소되면서 상당수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번 중동 충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흐름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Wood Mackenzie는 가스 가격이 30% 인상되고 원유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때 DRI-EAF 제조원가가 4~5%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DRI 공정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줍니다. 중동 지역은 단순히 원유 공급지가 아니라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DRI 생산의 핵심 거점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란 등은 풍부한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전기로와 결합된 DRI 생산 체계를 구축해 왔는데, 이 구조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변동이 철강 제조원가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제 생각에 이번 전쟁은 에너지 가격을 흔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알려줬거든요. 탈탄소 전환은 필요하지만, 그 경로가 단일한 에너지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입니다. 수소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천연가스 기반 DRI로 전환하는 건, 어쩌면 또 다른 리스크를 떠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철강사들이 추진하던 수소 DRI 프로젝트 상당수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투자 여력이 줄어든 데다 수소 공급망이 예상보다 늦게 구축되면서 일정이 뒤로 밀린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마저 급등하면 DRI 공정으로의 전환 속도는 더욱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전쟁과 철강가격
호르무즈 해협과 철강 공급

호르무즈 해협과 철강 공급망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단순히 에너지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닙니다. 해상 운임과 보험료도 동시에 상승합니다. 이는 철광석, 석탄, 스크랩 등 철강 원료 운송비 상승으로 직결됩니다. 수요일에는 오만 해안 근처에서 태국 화물선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선박 보험료는 급등하고, 일부 선사는 아예 이 지역 운항을 기피할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 분석 회사 Wood Mackenzie는 원유 운송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향후 몇 주 안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철강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철강 제품 가격에도 점진적인 상승 압력이 반영될 겁니다.

저는 앞서 블로그 글에서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철강 제조 원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고 합계 원료비도 오르며 물류 정체까지 겹치면 전반적인 상승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보면서 제가 놓쳤던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공정별 민감도 차이입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에너지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철강 원가 구조와 공급망 안정성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철광석 가격뿐 아니라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송 리스크까지 함께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약세와 제조 비용 상승이 동시에 오는 상황, 이건 철강사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컨설팅 회사 MacroPolicy Perspectives의 수석 경제학자 로라 로스너-워버튼은 3월 인플레이션이 전월 대비 최대 0.9%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이는 거의 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입니다. 이 경우 연간 인플레이션은 3%를 쉽게 넘어 4%에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휘발유 가격 상승폭은 2022년 3월 이후 최대, 그 이전으로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상승이라고 합니다.

연방준비제도는 다음 주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 시장은 약해지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높게 유지되는 상황,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오스탄 굴스비의 말처럼 이건 중앙은행에게 최악의 상황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책 결정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번 중동 전쟁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만 건드린 게 아닙니다. 철강 산업의 원가 구조, 탈탄소 전환 로드맵, 공급망 안정성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고로 베이스 회사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 속에서 원가 2% 상승도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몇 달간 에너지 가격과 물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원가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시점입니다. 탈탄소 전환 역시 단일 경로가 아닌 다각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입니다.


참고: LA Times, "Inflation held steady last month before attack on Iran sent energy costs soaring",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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