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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LNG와 한국 철강: 강관 양산기술 확보의 중요성

by 하이파이브 2026. 3. 2.

알래스카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아시아로 보낸다는데, 과연 그게 될까요? 저 1,200km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영구동토층 위에 깔고, 영하 40도를 견디며, 연간 2,000만 톤의 LNG를 수출한다는 계획은 제 경험상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였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진짜 추진할까?라는 의구심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글렌파른 그룹이 이 프로젝트가 계획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전환됐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포스코그룹도 LNG 구매와 강관 공급 분야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희 같은 엔지니어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동시에 큰 도전이 시작된 셈입니다.

극한지 파이프라인, 물성 확보가 관건입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 슬로프 지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km의 파이프라인으로 남부 니키스키 항구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입니다. 여기서 노스 슬로프란 알래스카 북부 해안가의 석유·가스 생산 지대로, 1970년대부터 석유는 송유관으로 운송했지만 천연가스는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던 곳입니다. 확인 매장량만 약 35 Tcf(조 세제곱피트)로 한국이 1년간 수입하는 LNG의 16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저는 열연과 후판을 제조하는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여러 프로젝트를 거쳐왔는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용 강관은 중동 오일 파이프라인과는 요구 물성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중동은 고온 환경이지만, 알래스카는 영하 40도의 혹한과 반복되는 동결·융해, 지진 위험, 지반 변동을 모두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API X70~80급의 고강도강은 기본이고, 저온충격인성(low-temperature toughness) 확보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저온충격인성이란 극저온에서도 강재가 갑자기 깨지지 않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를 확보하려면 조직의 미세화와 균질화를 이끌어내고, 파괴 시 취성(brittle fracture)이 확장되지 않도록 성분 설계와 생산 기준을 정립해야 합니다.

실제로 1970년대 트랜스 알래스카 송유관 시스템(TAPS) 건설 당시에도 비용이 초기 추정치 8억 6,300만 달러에서 최종 78억 달러로 9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당시 현장 데이터 부족과 기술적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기후변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의 특성이 1970년대와 완전히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구동토층이란 2년 이상 연속으로 0도 이하를 유지하는 지반인데, 여름과 겨울마다 녹고 어는 과정에서 지표가 융기하거나 함몰하여 인프라 설치와 유지관리를 극도로 어렵게 만듭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건에서는 변형률 기반 설계(strain-based design)와 같은 맞춤형 설계 기법이 필수적입니다.

포스코는 이 프로젝트에서 파이프라인 강관 약 55만 톤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970년대 TAPS 사업 때 일본제철이 맡았던 규모와 유사합니다. 저희는 이제 편차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입니다. 솔직히 이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극한지 공사 경험이 있는 기술자가 거의 없고, 1970년대 이후 대형 동토 사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련 기술 축적도 단절된 상태니까요.

포스코의 에너지 전략, 리스크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갑니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의 주도 아래 LNG 중심의 에너지 사업을 '넥스트 코어'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밝혔습니다. 철강과 2차전지 소재에 이어 에너지 사업도 AI 시대의 핵심 사업 영역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4년 12월 알래스카 정부 산하 AGDC와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하고, 연간 100만 톤 규모의 LNG를 20년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광양 제2 LNG터미널 7·8호 탱크가 완공되면서 LNG 저장 용량이 93만㎘에서 133만㎘로 43% 증가합니다. 호주 세넥스에너지 가스전의 천연가스 생산량도 기존 대비 3배가량 증산되어 올해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의 구조가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LNG 수송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사업성 측면에서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 2016년 추정 비용은 440억 달러(약 64조 원)였고, 2022년에는 369억 달러로 줄었다고 하지만, 최근 인건비와 자재값 상승,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정부 홈페이지조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고비용으로 에너지 기업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엇갈립니다. 쉘은 2040년까지 LNG 수요가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 콜롬비아대학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신규 공급 증가로 인한 과잉 공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미국산 LNG 일부를 UAE산으로 대체했고, 만약 중국이 '파워 오브 시베리아-2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러시아와 합의한다면 가격 경쟁력 있는 러시아산 가스가 동북아 시장에 진입해 알래스카 LNG의 사업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일한 에너지 공급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습니다. 알래스카는 중동보다 훨씬 가까워 7~10일이면 수송이 가능하고, 지정학적 위험도 적습니다. 한국이 제조업 중심 국가이고 AI 산업을 키우려면 안정적인 전기 에너지 공급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 자체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포스코 입장에서는 미국 극한지 공사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한국 해외건설업의 누적 수주액은 1조 달러인데, 미국 진출 실적은 279억 달러(2.8%)에 불과합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 실적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사업을 한미 관세 협상과 연계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참여한다면 복수 국가의 참여를 통한 리스크 분담과 미국 연방법상 대출보증 확보, 비용 증가 시 소비자 전가를 방지하는 롤인(roll-in) 방식 배제 등을 최소 요구사항으로 명확히 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건,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결국 기술력만큼이나 협상력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한국에게 단순하게 적용되는 협상의 카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만도 연간 600만 톤 구매 의향을 밝혔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기술적 준비와 함께 철저한 경제성 분석, 그리고 정부 차원의 전략적 협상이 모두 맞물려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극한지 강관 물성 확보라는 기술적 과제를 우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결하느냐가,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알래스카 LNG
알래스카 LNG 터미널


참고: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429436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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