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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 일지를 통해 느끼는 시대의 온기

by 하이파이브 2023. 9. 9.

 

 

1. 아버지가 죽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올 줄 나(주인공)은 몰랐을까? 그렇게 위대한 혁명가이기도 한 대단한 아버지가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줄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 같은 당혹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글이 시작 됩니다. 아버지와 엮인 수많은 인물들이 존재하면서도 제일 원망스러운 사람은 아버지에게 정자의 활동성을 준 최씨 성을 가진 한의사였다는 사실에서 주인공(딸)은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싫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오지랖으로 시작하는 여러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인 딸은 아버지와는 다른 현실주의적인 사람이라고 자신을 생각하고 공산주의의 산물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 속에서 비웃기도 하고 우스꽝 스럽다는 표현을 통해서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비난 비판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죽지 않을 것 같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버지 폰에 저장 된 그 많은 인연들에게 부고를 알리게 되고, 여러 사람들이 장례식장을 찾으면 딸은 아버지라는 사람이 기억 속에 어떠한 사람이였는지, 그 인연들에게는 어떤 사람들인지를 깨닫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역사 속에서 이런 빨갱이들은 핍박받기도 하고 죽음을 겪어야 했던 사실을 배경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그런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 무슨 신념과 사상이라고 그들은 그 때 그렇게 민중을 위한 투쟁을 했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빨갱이라서 가족들이 숨어야 하고 손가락질 당해야 했던 그 시절 특히 작은 아버지라는 존재는 모든 것을 우리 빨갱이 아버지 탓으로 돌리는 한심한 인물로 여겨졌고, 그 둘의 관계는 언제쯤 나아질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품은 채 세월을 보내 옵니다. 

이 부고를 알리는 시점에서도 그렇게 싫어하던 형의 죽음을 알리는 과정에 잠시 고민을 하게 되는 주인공 모습에 그 둘의 관계가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2. 아버지의 인연과 나의 연결고리

주인공인 딸은 조문을 하는 많은 인연들 속에서 아버지는 어떠한 사람이었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딱한 사정을 '오죽하면' 이라는 말로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 주인공은 아버지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옵니다. 그렇게 다 퍼주고 온갖 일들을 해 주고도 돌려받지 못하는 아버지를 속으로 비웃기도 하면서 그들이 말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에 진짜의 아버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아버지의 존재를 너무나 증오했던 작은아버지와 자식의 앞길을 막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워 나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낸 큰엄마 결국, 그녀의 아들은 위암말기로 본인의 승승장구하는 미래의 걸림돌이 된 작은아버지를 죽음을 기다리는 자의 입장에서 죽은 자에게 인사하게 됩니다. 친척들, 동네 지인들 모든 일들을 자신의 일인양 도맡아 했던 아버지는 그 많은 인연들은 아버지를 칭찬하고 인정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생사의 길에서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아 온 적지 않은 사람들도 제 각자의 사정 속에서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모습을 봅니다. 아버지는 그들에게 뜻깊은 인연이였고, 생애 정신적 지주가 되기도 하면서 결국 실패한 그의 사상을 그물처럼 사람들을 연결해 오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문든 생각이 났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엄마보다 아빠가 좋았던 아빠와의 추억들 크면서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보면서 흉내내 오던 어릴 적 기억들을 죽은 영정사진을 보면서 비록 죽은 사람이지만 남은 사람이 추억을 그리기도 합니다. 딸 하나 남기고 세상을 떠한 아버지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은 아버지가 연결해 준 인연으로 같이 떠나보내는 부분에 새삼 아버지를 그리워 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3.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느낀점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사실 나는 빨갱이, 공산주의 등 그런 이데올로기 사상에는 관심이 없는지라 지루한 시대적 이야기가 시작 되는 건 아닐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만한 시대적 고난 속에 가난과 갈등을 겪어나간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빨갱이라고 낙인이 찍힌 아버지의 역사 속에서 주인공은 시대적 배경에서가 아닌 아버지라는 존재로써 아버지를 이해하고 정리 해 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 생각, 사상, 남편과 아내로써 가정에서의 역할과 자식과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이 책을 통해서 내 주변에 많은 아버지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남편이 아버지로써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내 직장에서 막 결혼한 후배들이 어린 아이를 낳고 아버지의 역할을 어떻게 해 나아가고 겪는지, 또 나의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이 책에서의 아버지는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시대 속에서 전쟁을 운운해 나가던 시기 이렇게 4개의 아버지 상이 문든 떠올랐습니다. 그 간격을 딱 5년 10년 정의할 수는 없지만 예전의 할아버지 시대의 아버지, 또 나의 아버지, 내 자식의 아버지인 내 남편, 어린 아이들을 키워나가는 내 후배들 그들은 다른 생활 패턴과 생각 속에서 살아가지만, 아버지는 내 아버지로써 같은 감정과 애뜻함이 느껴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내 아버지는 젊은 시절 즉, 내가 어린 시절 경제적 책임을 져야하는 무게와 가족 부양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서로의 관계를 술과 시간을 별도로 공유하며 그들 만의 무언가를 형성해 왔습니다. 마치 그래야만 자신의 인생이 자랑스럽도 떳떳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에서의 부부의 역할이 많이 변화했고, 자식들에게 아버지는 더 이상의 어렵고 무뚝뚝하고 책임만을 부여하는 존재로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나와의 관계 속에서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엄마의 존재와 동일하게 다가 오는 그런 존재로 변화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영원히 우리 아버지이고 좋던 싫던 나와의 세월을 공유해 온 분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