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집을 샀어야 했어, 집값이 몇십억이야.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등등 우리는 부동산을 하나의 집이 아닌 투자의 자산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부동산은 누군가에게는 투자의 대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생필품입니다. 이러한 이중성 때문에 부동산 이슈는 항상 예민하고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주택자에게는 공포가 되고, 유주택자에게는 안도가 되며,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메커니즘과 통화량과의 관계성, 한국 부동산 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이해하고, 부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통화량과 집값의 상관관계: 돈이 풀리면 정말 집값이 오를까
많은 사람들이 "통화량이 증가하면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오른다"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시중에 돈이 계속 풀려나오니까 부동산은 오늘 사는 게 제일 쌀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1988년 88 올림픽이 끝난 시점에 우리나라에 풀려 있던 통화량은 약 111조 원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8년 9월에는 무려 771조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10년 동안 약 7배가 늘어난 것입니다. 10년에 약 2배 정도 통화량이 증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통화량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팔랐지만, 집값도 7배쯤 올랐을까?라는 질문에는 "아니요"입니다. 놀랍게도 실제 집값은 약 40% 정도만 상승했습니다. 1991년 5월 우리나라 통화량은 209조 원이었고, 6년 후인 1997년 5월(IMF 외환위기 직전)에는 645조 원으로 약 3배가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하락한 이력도 있습니다. 돈의 양이 3배로 늘어났는데도 집값이 내린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공급' 때문입니다. 돈이 풀린 것보다 집이 더 많이 공급되면 가격은 오르지 않는데 당시 전국에 약 600만 채의 주택이 있었는데, 정부는 200만 채를 추가로 짓겠다고 발표하고, 실제로 공급을 늘렸습니다. 수도권에만 100만 채 정도가 추가로 공급되었고, 이처럼 짧은 시간에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지면 통화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안정되거나 하락할 수 있습니다.
| 기간 | 통화량 변화 | 서울 아파트 가격 변화 | 주요 원인 |
|---|---|---|---|
| 1988~1998 | 111조 → 771조 (7배) | 약 40% 상승 | 대규모 주택 공급(200만 채) |
| 1991~1997 | 209조 → 645조 (3배) | 하락 | 수도권 100만 채 공급 |
즉, 통화량 증가가 집값 상승의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비로소 통화량의 힘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핵심 원리이고, 통화량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늘 일치한다는 생각은 해서는 안됩니다.
한국 부동산 구조의 독특함: 정부 주도 개발과 불안정한 공급 시스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도시화를 경험했습니다. 1960년 서울 인구는 300만 명이었지만, 불과 30년 후인 1990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30년 만에 인구가 3배 이상 증가 했고,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 인구 증가 속도였습니다. 이렇게 급격히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정부는 강력한 개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먼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복잡한 토지들을 정리했는데, 땅 주인들에게 땅을 모두 합치고 네모반듯하게 만들어 도로와 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더 극적인 정책은 '택지개발촉진법'이었습니다. 정부가 서울 지도를 보고 "아파트 2만 가구를 짓자"고 결정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땅과 집은 강제 수용되었습니다. 물론 보상은 해주었지만, 항변이 있었고 그 보상과 논쟁은 아직도 논의되는 주제입니다. 개포, 고덕, 수서, 목동, 중계동, 일산, 분당, 산본, 평촌 등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배경은 한강변 아파트 탄생입니다. 강남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지대가 낮아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한강을 직선화하고 제방을 쌓았습니다. 당시 국민 연료였던 연탄재로 제방을 메워 새로운 땅을 만들었고, 제방 위에 만든 도로가 지금의 올림픽대로입니다. 제방 공사를 한 건설회사들에게는 공사비 대신 강변의 땅을 나눠주었고, 그곳에 지은 아파트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반포주공, 잠실주공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아파트들이 5층으로 지어진 이유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개발 구조는 선진국과도 다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자금력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가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분양하거나 임대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영세한 시행사가 깃발만 만들고, 건설회사가 보증을 서고, 신탁회사가 또 보증을 서며, PF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회사까지 4개의 주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하이리스크-하이리턴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미분양이 발생하고 회사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집니다. 그래서 불경기가 오면 프로젝트들이 모두 중단되고, 공급이 뚝 끊기면서 몇 년 후 다시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것이 '아파트 불패 신화'가 만들어진 구조적 배경입니다.
| 구분 | 선진국 모델 | 한국 모델 |
|---|---|---|
| 개발 주체 |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 | 영세 시행사 + 건설사 + 신탁사 + 금융사 |
| 자금 조달 | 개발회사 자체 자금 | PF 대출 의존 |
| 리스크 특성 | 안정적 | 하이리스크-하이리턴 |
| 경기 하락 시 | 개발 속도 조절 | 공급 급중단 |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를 보면 5년 연속 하락한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락하더라도 2~3년 이내에 다시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는 공급 시스템의 불안정성 때문입니다. 경기가 나쁘면 아무도 아파트를 짓지 않고, 그러면 공급 부족으로 다시 가격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부채 활용법: 레버리지를 통한 자산 형성 전략
부채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는 빨간 딱지, 독촉, 파산 등의 이미지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경제 시스템은 부채라는 엔진으로 돌아갑니다. 부채가 없다면 경제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부채의 본질은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돈이 남는 A와 돈이 필요한 B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A는 2년 후에 돈이 필요하고, B는 가게를 확장하려면 3~4년이 걸립니다. 이 둘은 만기가 맞지 않아 직접 거래할 수 없습니다. 이때 은행이 중간에서 만기 불일치를 해소해 줍니다. 이것이 은행의 핵심 기능입니다. 은행은 A가 예금한 돈을 B에게 대출해 주고, C가 새로 예금한 돈으로 A에게 돌려줍니다. 계속해서 돌려 막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 금융 시스템의 작동 원리입니다. 은행은 실제로 보유한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대출해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예금을 찾으러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테크에서 부채 활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부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자산 70%, 금융자산 30%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적의 포트폴리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가지면 그들이 돈을 벌 때 나도 벌고, 그들이 잃을 때 나도 잃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만약 건강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앞으로 30년 동안 꾸준히 소득이 발생할 것이라 확신한다면, 먼저 부채를 일으켜 부동산을 사고 나중에 갚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건강이 불안하거나 직장이 불안정하다면 먼저 돈을 모으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 가지 우리는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주식과 같이 변동성이 큰 자산에는 레버리지를 쓰면 안 됩니다. 주식은 50% 하락할 수 있는데, 빚을 내서 투자했다가 고점에서 사서 반토막이 나면 원금을 모두 잃게 됩니다. 반면 부동산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주식은 저점에서 사는 것이 중요하고, 아파트는 사놓고 기다리는 전략이 좋다고 합니다. 부채는 소비가 아닌 자산 구매에 사용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나 소비재 구매를 위한 부채는 미래의 부담만 늘릴 뿐입니다. 하지만 3년 후, 5년 후에도 존재할 만한 자산을 구매하고, 그 자산의 변동성이 부채를 감당할 만하다면 부채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도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GDP 대비 세계 1위이며 약 2,000조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 부채이며, 고소득층이 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부채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필수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채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입니다. 합리적으로 사용한다면 부채는 자산 형성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려면 통화량, 공급, 수요의 복합적인 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돈이 풀린다고 집값이 무조건 오르는 것은 아니며, 공급이 충분하면 가격은 안정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도시화와 정부 주도 개발이라는 독특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급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가격 변동성이 큰 특징을 보입니다. 부채는 양날의 검이지만, 합리적으로 활용한다면 자산 형성의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자신의 소득 안정성과 자산의 변동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면 활용도가 좋습니다. 부동산은 단순히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기도 하므로, 감정적 접근보다는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n0ggh9zrM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