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7년 신입사원 시절 중국 철강사들이 우리 회사에 기술교류회를 요청했을 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희는 오직 일본 철강업계와의 교류에만 집중했고, 중국은 그저 값싼 철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곳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2025년 현재, 바오스틸의 해외 수출량은 607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제는 AI 기반 스마트 제철소를 구축하며 글로벌 철강 구조 재편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2007년 월간조선 르포에서 그려진 바오스틸의 야심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거의 20년에 걸친 치밀한 산업 전략이었다는 사실을, 저는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 바오스틸이 세운 목표와 2025년 현실
2007년 당시 바오스틸은 덩샤오핑 시대에 건설된 중국 최초의 임해형 제철소로, 양쯔강과 황해를 끼고 해외 원료를 유연하게 조달하는 물류 시스템을 갖춘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습니다. 여기서 임해형 제철소(臨海型 製鐵所)란 바다에 인접해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을 동시에 최적화할 수 있는 입지를 뜻합니다. 당시 바오스틸은 수심 12.5m 부두에 10만 톤급 선박 3척을 동시 접안할 수 있었고, 저장성에 30만 톤급 부두를 추가 건설 중이었습니다. 2007년 기준으로 바오스틸은 이미 자동화 설비를 대대적으로 도입해 직원 수를 4만 5000명에서 1만 5000명으로 줄였고, 공장 녹화 면적을 47%로 유지하며 '그린 제철소'를 표방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바오스틸의 물류 전략은 단순 원료 조달을 넘어 글로벌 현지화 단계로 진화했습니다. 2024년 바오스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람코 및 PIF와 함께 약 10억 달러 규모의 대형 후판 합작법인(JV) 투자를 확대했습니다(출처: 로이터). 이 JV는 연산 250만 톤 직접환원철(DRI)과 150만 톤 후판 생산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DRI(Direct Reduced Iron)란 철광석을 용광로 없이 천연가스나 수소로 환원시켜 만든 철로, 전기로 제강의 핵심 원료입니다. 과거 바오스틸이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회사였다면, 이제는 해외 현지에서 저탄소 원료와 제품을 동시에 확보하는 글로벌 공급망 설계자로 변모한 것입니다.
자동화와 스마트화 측면에서도 격차는 명확합니다. 2024년 10월 중국 바오우강철그룹(China Baowu Steel Group)은 철강 산업 전용 AI 대형모델인 'xIn³Plat Steel Industry Model'을 공개했습니다. 화웨이는 바오우가 이 AI 모델을 활용해 고로 공정의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 제어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출처: 화웨이 공식 사이트). 2007년의 자동화가 '사람을 줄이는 설비 혁신'이었다면, 2025년의 AI 철강은 '공정 의사결정까지 모델이 개입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제가 직접 관련 보도를 확인했을 때, 중국 정부는 바오우 계열 공장에 로봇과 무인 지능형 차량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공정 전체를 AI가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음을 의미합니다.
고급강 전환도 눈에 띕니다. 2007년 바오스틸은 자동차용 강판 분야에서 포스코나 신일본제철보다 한참 뒤처져 있었고, 아르셀로·신 일본제철과 합작해 BNA(바오산 신 일본제철 아르셀로) 자동차용 강판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이 전략은 '시장과 기술을 맞바꾸는' 중국 특유의 방식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 5월, 바오스틸은 무방향성 전기강판 4종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무방향성 전기강판(Non-Oriented Electrical Steel)이란 전기차 구동모터의 회전자·고정자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자기적 특성이 방향에 관계없이 균일한 철강재를 뜻합니다. 이 분야의 선점은 단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신에너지 밸류체인 장악력과 직결됩니다. 제 경험상 2007년 당시 "자동차강판을 만들 수 있느냐"가 질문이었다면, 지금은 "EV용 핵심 소재를 어느 정도 선점했느냐"가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포스코 추격에서 글로벌 재편 주도로
2007년 바오스틸은 공장 곳곳에 "포스코를 따라잡자"는 구호를 내걸었고, 셰치화(謝企華) 당시 회장은 "2010년까지 5000만 톤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당시 바오스틸은 포스코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나무 한 그루 심는 방식까지 똑같이 따라 했고, 포스코 견학 시 사진을 몰래 촬영해 가며 설비 배치·인력 운영·페인트 색깔까지 철저히 연구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2007년 기준 바오스틸의 조강 생산량은 2300만 톤으로 세계 6위였고,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3위였습니다.
2025년 현재, 바오스틸의 전략은 단순 생산량 확대를 넘어 글로벌 수출 능력 강화로 이동했습니다. 바오스틸은 2024년 해외로 607만 톤을 출하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2025년 1분기에도 155만 톤의 해외 주문을 확보했습니다. 2025년 8월 바오스틸은 현재 수출 능력이 연 1000만 톤 수준이며, 2026년 1500만 톤, 2028년 2000만 톤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2007년의 바오스틸이 '중국 내수 확대의 수혜 기업'이었다면, 지금의 바오스틸은 '글로벌 공급망과 수출전략을 직접 설계하는 기업'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친환경 전환도 구체적 설비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2007년 바오스틸은 공장 녹화 면적 47%로 '그린 제철소'를 자처했지만, 지금의 친환경 경쟁은 조경이나 공원형 공장 수준이 아닙니다. 2025년 12월 바오스틸 자회사인 잔장강철(湛江钢铁)은 중국 최초의 백만 톤급 근접 제로탄소 철강 생산라인을 가동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라인은 수소 기반 샤프트 퍼니스(Shaft Furnace)와 전기로·연속주조를 결합한 구조이며, 연간 180만 톤 규모의 제로카본 소재 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여기서 샤프트 퍼니스란 수소나 천연가스로 철광석을 환원시켜 DRI를 생산하는 수직형 환원로를 뜻합니다. 2007년의 '그린 제철소'가 환경 친화적 이미지와 공장 관리의 문제였다면, 2025년의 바오스틸은 실제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설비를 앞세우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다만 바오스틸이 무조건 순항 중인 회사는 아닙니다. 2024년 바오스틸의 매출은 3221.2억 위안, 순이익은 73.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 38.4% 감소했습니다. 중국 내 철강 수요 둔화, 가격 약세, 공급과잉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2025년 1분기 순이익은 24.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고, 3분기 순이익은 30.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지만, 이는 철강 가격보다 원료탄 가격이 더 크게 하락하면서 원가 통제가 효과를 냈기 때문입니다(출처: 로이터). 바꾸어 말하면 바오스틸의 최근 발전은 "문제가 없는 성장"이 아니라 "문제가 많은 철강산업에서 그나마 가장 빨리 체질을 바꾸는 성장"에 가깝습니다.
바오스틸의 최근 성과 요약:
- 2024년 해외 수출 607만 톤(사상 최고), 2028년 목표 2000만 톤
- 2025년 12월 중국 최초 백만 톤급 근접 제로탄소 생산라인 가동
- 2024년 AI 대형모델 'xIn³Plat' 공개, 고로 공정 블랙박스 해결 착수
- 2025년 5월 세계 최초 무방향성 전기강판 4종 출시
- 사우디 현지 JV 10억 달러 투자 확대(연산 250만 톤 DRI + 150만 톤 후판)
결국 2007년 칼럼과 2024~2026년의 현실을 나란히 놓고 보면, 바오스틸의 발전은 세 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포스코를 벤치마킹하던 기업에서 이제는 자체 전략으로 글로벌 철강 지형을 재편하려는 기업으로 이동했습니다. 둘째, 자동화 제철소에서 AI 제철소로 진화했습니다. 셋째, 규모 경쟁 중심 기업에서 고급강·전기강판·저탄소 설비를 앞세운 질적 경쟁 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2007년 신입사원 시절 중국 철강사들의 기술교류 요청을 무시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과거의 중국 인식에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우리는 중국을 단순히 값싼 철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곳 정도로 여겼지만, 바오스틸은 그때 이미 긴 호흡의 산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 철강업계가 바오스틸을 바라볼 때 중요한 질문은 "중국산이 아직 싸냐"가 아니라, "중국 철강이 어느 분야에서 이미 질적으로 올라왔고, 우리는 어디에서 기술 격차를 다시 벌릴 수 있느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오스틸의 변화는 단지 중국 한 회사의 성장이 아니라, 한국 철강이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을 기준으로 전략을 짜선 안 된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벤치마킹을 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오스틸을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0705100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