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산업에 대한 자국의 보호조치가 미국 트럼프를 시작으로 각국에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저가의 중국산들이 수입되면서 자국의 철강업에는 몇 년간 계속 타격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본 제 입장에서는 지금의 철강산업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반덤핑 조치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우회하는 반칙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실제적인 이득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 봅시다.
1. 반덤핑 조치 이후, 우리 기대와 현실의 간극
최근 중국과 일본산 후판, 열연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현장 분위기도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저 역시도 이제는 국내 고객사들이 저가의 중국산 보다는 우리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고, 산업이 활성화가 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철강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가격 때문에 밀리는 상황이 얼마나 반복되는지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가격에서 밀리면 선택받기 어려운 구조이기 원가측면에서는 이미 중국산에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입니다. 중국의 원가는 이제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우리는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덤핑 조치가 시작됐을 때는, 적어도 불공정하게 들어오던 저가 물량이 줄어들고 국내 제품의 수요가 조금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수입은 일부 줄어든 것이 맞지만, 판매량이 체감될 정도로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우리가 느끼는 실질적 변화는 생각보다 제한적이었습니다. 바로 우회 수입이 원인이었습니다. 어느 코일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선 같은 규격의 제품들이 쌓여 있었고 베트남 등 원산지가 다른 제품들이 이미 많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관세가 부여되지 않는 다른 국가의 제품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2. 규제를 피해 움직이는 우회 수입의 현실
최근 업계 자료와 인터뷰를 보면 반덤핑 조치 이후 중국과 일본산 직접 수입은 감소했지만, 제3국을 통한 수입은 오히려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 물량이 줄어든 대신, 다른 국가를 경유한 제품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형태를 조금 바꾸거나, 가공 단계를 거쳐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제품은 단순 절단이나 도장 같은 공정을 거쳐 다른 제품으로 분류되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반덤핑 대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런 흐름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규모와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규제는 분명히 생겼는데,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가격의 제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산을 제한했지만 중국에서 만든 가공품은 다른 나라를 거쳐서 중국산이 아닌 것처럼 들어오는 이런 구조를 빠르게 인식하고 조치를 해야 합니다.
3. MTC 의무화와 앞으로의 변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MTC(품질증명서) 제출 의무화입니다.
MTC에는 제품의 원산지와 생산 이력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우회 수입을 보다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덤핑 조치가 특정 국가에 적용되는 만큼, 원산지 확인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는 명확히 알 수 있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즉, 철강제품의 족보를 명확하게 하자는 것에 의미도 있습니다. 불특정 한 물성의 제품이 들어와서 잘못 사용이 될 경우에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시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회 수입 방식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단순 가공 수준을 넘어 제품 자체를 바꿔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 어디까지를 규제로 볼 것인지 기준 설정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덤핑 조치는 분명 필요합니다. 실제로 일부 수입 감소와 가격 방어 효과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규제가 생기면 시장도 같이 움직이고, 결국 또 다른 형태로 경쟁이 이어집니다. 2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하나입니다. 철강 시장은 단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가격, 원가, 통상, 물류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하나를 막으면 다른 쪽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번 반덤핑 이슈도 단순한 규제로 끝나기보다는, 장기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바라는 건 복잡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우리가 만든 제품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시장입니다. 그게 가능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덜 불안한 마음으로 현장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